가능성이 무한한 거북이 러너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 90kg이 넘는 우리 남편과 종합병원이었던 나는 500m도 쉬지 않고 달리기 힘들었다. 달리기 앱의 도움을 받아 8주가 걸려 처음으로 30분을 쉬지 않고 달린 날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8분 페이스로 30분을 달려내고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했던 우리를, 잘 달리는 러너들이 봤다면 우스웠을 수도 있지만, 그 때 우리가 느꼈던 기쁨과 성취가 아직도 우리가 달리고 있는 깊은 동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느렸기에 지속적으로 조금씩 발전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달리기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해나갈 때, 느리고 잘 못할 수 있다. 느린 우리는 처음부터 잘하고, 빠른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실망하고 의기소침할 수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느린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성취와 재미가 있다. 느리기에, 꾸준히 하다 보면 발전할 수 있는 구간이 길다. 처음부터 풀 마라톤을 3시간에 달리는 사람은 기록을 단축하기가 힘들다. 이들이 30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그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처음 풀 마라톤을 5시간, 6시간, 7시간에 달려내는 사람들은 꾸준히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개선하면서 달리면 기록을 눈에 보이게 단축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만큼 거북이 러너에게는 발전 가능성의 폭이 크다. 결국 처음 3시간에 풀코스를 달리는 사람보다 잘 달릴 가능성을 희박하지만,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이 성장하는 것을 보는 성취감과 재미는 거북이 러너의 재미이자 특권이다. 건강과 재미까지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처음 8분 페이스로 30분을 달렸던 나는 이제 10km를 5분 후반 정도의 페이스로 달릴 수 있게 되었고, 조금씩 성장하는 재미로 7년을 달려오고 있다. 느리지만 부상 없이 멈추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 달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꾸준히 달리면서 조금씩 거리도 늘려보고, 속도도 높여보면 조금씩 빨라지기도 하고, 달리는 것이 덜 힘들어 지기도 한다. 앞으로도 부상 없이, 나에게 맞는 속도와 방법으로 계속 달려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