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진동이 오면 그냥 하자!

by FriendlyAnnie

겨우내 햄스트링 부상으로 힘들게 달리고 회복하기를 반복했다.


기나긴 겨울을 지나 봄에 다다르니 몸도 마음도 한결 가볍다. 다시 산을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 오랫만에 광교산 형제봉을 지나 시루봉까지 왕복 16키로를 러닝메이트와 달렸다. 내려오는 길에 그녀에게 수줍게 얘기를 꺼냈다.


"사실, 아직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챙피하지만 나 내년에 UTMB 몽블랑 100k에 도전하고 싶어."


그녀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언니, 내후년에 같이 가요!"


그녀가 몽블랑을 꿈꾸고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왠지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나의 러닝메이트와 같은 꿈을 꾸고 있다니 너무나 반가웠다.


사실 난 느린 러너이다. 지난 2년간 부신 종양으로 검사 받고, 수술 받고, 회복하면서 죽도록 힘들었지만 꾸준히 달렸다. 살기 위해, 건강해지기 위해 달렸다. 아프니까 달렸다. 그리고 조금씩 건강해지고 있다.


건강을 위해 달렸지만, 달리면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아프고 치료 받는 기간에도 일도, 모든 일상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누가 뭐래도 달리기 덕분이었다.


나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달린다.

그리고 달리기 위해 일상을 유지한다.


느리고 달리는 게 늘 힘들지만

달린 덕분에 건강과 일상을 유지한 나에게 달리기는 중요한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래서 난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나같은 느린 러너가 UTMB 몽블랑 100키로라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지금도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하지만 느린 러너에게도 달리기가 큰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나를 살게해 준 달리기니까. 그리고 꿈을 꾸며 난 평생 느껴보지 못한 심장의 진동을 느낀다. 이걸 안 하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너무나 후회가 될 것 같다.


그래서 난 결심했다.

늦기 전에 실천하기로.


그리고 함께 도전할 러닝메이트들이 있다니 더 든든하고 기대된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두렵지 않다. 적어도 도전할 용기와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나의 노력이 내 삶을 충만하게 해줄 것이니까.


UTMB 몽블랑에 참가할 자격을 갖추기 위해 2년 전부터 Trans jeju by UTMB 에 참가해 왔고 100k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