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하는 사람이 진짜 즐기는 사람이다
사그러들지 않을 듯한 달리기의 붐이 일고 있는 2025년 현재. 대한민국은 달리기 열병을 앓고 있는듯 하다. 시즌이 되니 마라톤 대회가 한 달에 수십개가 개최되고, 조기 마감의 기세에 러너들은 홀린듯 접수령을 넘어보려 안간힘을 다한다.
지난 봄 동아마라톤을 뛰어보고 현재 우리의 마라톤 문화는 완주보다는 빠른 기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과 서울에서 개최되는 수많은 마라톤 대회에 시민들이 점점 지쳐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게 되었다. 그리고 아주 빨리 달리게 되지 않는 한 서울에서 개최되는 대회엔 참가하지 않기로 결심을 했다.
그리고 이 불타는 열기를 조금이나마 피해 지방에서 열리는 풀코스 마라톤을 알아보던 중 지방 대회들도 풀코스는 모두 하프 2시간 이내, 풀코스 5시간 이내의 기록을 제출해야 참가가 가능한 규정을 새로 마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춘천마라톤을 제외하고 전국의 웬만한 마라톤 대회는 5시간 이내의 기록이 없음 참가가 불가능하다.
10시간 걸려서 완주해도 응원을 받을 수 있는 느린 완주의 의미는 이제 대한민국의 마라톤에서는 사라져 가고 있는듯 하다. 이 마라톤의 열기가 식으면 다시 가능할까?
춘천마라톤을 10회 이상 뛰면 명예의 전당에 올라간다. 언젠가 그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신 분들의 기록을 SNS에서 본 적 있다. 놀랍게도 6시간 이상의 기록으로 10년을 꾸준히 참가하신 분들도 있어서 춘천마라톤이 정말 마라톤의 완주 정신을 존중하는 대회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제 그런 대회를 당분간은 찾아보기 힘들듯 하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마라톤 참가 계획을 바꿔보기로 했다.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달리기를 하겠다 마음을 먹어본다.
1. 우선 대회와 상관없이 천천히 꾸준히 달려보자.
2. 10키로 대회 기록을 먼저 단축시켜보자.
3. 10키로 50분 기록을 만든 후 하프 대회를 나가자.
4. 하프 2시간 이내 기록을 달성 후 다시 풀코스에 도전하자.
5. 풀코스 4시간 30분에 도전하자.
마라톤 문화의 흐름이 이렇게 되었으니 거기에 맞춰 다시 시작하는 느낌으로 계획을 수정해 본다.
이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서 내가 가장 먼저 실천해야할 일은 꾸준히 달리면서 속도 점차 올리기와 일주일 한 번 인터벌 포인트 훈련이라 생각된다.
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니 내 상태를 살피며 나에게 맞게 달리는 감각을 잃어가고 있었던것 같기도 하다. 함께 달리는 기쁨과 효과도 누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나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놓치지 않도록 신경써야겠다.
자, 이제부터 다시
나에게 맞는 속도로 꾸준히 리듬을 잃지 말고 가보자!! 70살까지 계속 즐기며 달려보자!!
계속 가다보면 달리기 열풍도 사그라들고 진짜 꾸준히 달리는 러너들이 맘편히 달리기 문화를 누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