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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리 Mar 29. 2022

처음들 / 철수

처음

  첫 엠티, 첫 사랑, 첫 직장. 사람은 처음하는 일에 자극을 더 많이 받아서 그만큼 더 잘 기억한다고 한다. 내가 버거하면 떠올리는 것은 다운타우너의 아보카도 버거여서 처음이 기억이 잘 나는 게 맞나 싶다가도, “이런 맛은 처음이야"여서 기억이 생생한 걸까 싶기도 하다. 어린 시절의 롯데리아와 스카이락을 갔던 기억도 나고 또 파파이스 케이준 프라이를 처음 먹은 기억이 남아 있는 걸 보면 처음이 그래도 기억이 잘 되는가 보다 싶어진다. 


  글감을 생각하게 된 건 눈 내리는 어느 날 침대 위에서였다. 첫눈 소식이 매년 뉴스가 되는 걸 보면 사람들이 보고 또 봐도 처음처럼 생각하는 일이 적어도 한가지는 있구나 어쩌면 더 있을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 직장의 첫 출근에도 더이상 설레지 않는 사람이 되어 버린 내게 새로운 설레임이 있을 무언가를 더 찾을 수 있다면 매 해를 좀 더 특별하게 기념하고 매년 오는 지금은 나에게 뻔한 모든 다른 것들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 기념일은 역시 기념해야 좋지 하는 아무생각을 하다가 - 이번 발제로 처음을 선정하게 된 것이었다.


  이제는 처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글쓰기 시작할 때는 생각 했는데 톺아보면 작년에도 내게 처음들이 있었다. 새로운 맛집도 10군데는 넘게 갔고, 도자기 수업, 아크릴화, 인테리어 등등등. 그러나 진짜 새롭다!! 고 느낀 것은 몇개 없었다. 소설은 새로웠으나 소설같았고 미술수업도 재밌었으나 그 자체로 새롭지는 않았으며, 난생 처음 한 인테리어 공사 정도만이 기억이 남는 처음이었다.


  매년 사람들이 관심있어하는 처음을 생각해보면 첫눈, 첫 해 정도일까? 그러나 매년 새롭게 찾아오는 것은 눈과 해 뿐만이 아니다. 그 많은 처음들은 어디에 갔을까? 첫 꽃, 첫 서리, 첫 매미울음, 첫 꿈 같은 많은 처음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남아 있지 않다. 이름이 있는 처음이 더 많으면 매해가 의미깊고 더 새로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국가 처음 위원회에서 다달이 한개정도는 정해서 기념하면 좋지 않을까. 아무튼 기념할 일이 첫눈과 첫해 보다는 많아지면 좋겠다.


작년의 처음 중에서 가장 특별한 일 (중 하나) 였던 글리를 시작 한지도 이제 좀 되었다. 꽤 많았던 작년의 처음들 중에서 딱 생각이 나는 사건이 사당역의 스터디 카페에서의 머쓱하고 어색한 첫 만남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새삼스럽다. 매년 의미깊은 새로운 처음을 만나는 일은 기쁘다. 올해도 이제 벌써 1/6 이 지났지만, 올 한 해에도 올해 처음 먹은 맛있는 디저트인 무화과 치즈 휘낭시에와 옥수수 크림치즈 크로플을 넘어서는 더 달콤하고 풍미깊은 일들이 많이 찾아오기를 새해 첫 대선전에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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