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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리 Apr 05. 2022

이별 후 잡생각 극복 방법 / 우드수탁

우리들이 살아가는 방법

  누구나 이별 후에 전 연인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살피거나, 상대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들락날락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괜히 카톡 친구를 숨겼다 추가했다를 반복하거나 실수로 누른 척 전화를 걸고 반응을 살핀 적도 포함해서 말이다.(절대 제가 그랬다는 것은 아니고가 아니고..) 상대가 모르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역시 찌질함은 흔적을 남기는데 예를 들어 실수로 게시물을 두 번 눌러 좋아요 알림을 보낸다거나 술에 취해 보낸 ‘자니’라는 문자에 이불킥을 하는 식이다.


  연인과 헤어진 직후에 우리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남’이 되었다는 것을 절절히 깨달음과 동시에 누구보다 상대의 안위를 궁금해 한다. 괜히 좋았던 추억을 곱씹고 가슴이 찢어질 듯 감정적이다가도, 이별을 하던 순간의 말 한마디 단어 선택 하나까지 분석적이고 치밀하게 파헤치는 언어학자의 행동을 보인다. 이런 모든 과정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잡생각’이다.


  자, 그럼 이별 후 잡생각을 줄이는 꿀팁 몇 가지를 공유하려 한다. 건강한 방법을 기대한다면 그냥 지나가라. 그 사람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데 건강하면 뭐해!는 농담이고,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잊겠다’는 목표 하나를 가진 사람에게만 도움이 되는 방법들이다.


  첫 번째, 현실을 떠나 가상 세계로 접속하라. 현실 곳곳엔 전 연인의 흔적이 남아있다. 스마트폰엔 그의 사진, 집에는 그가 사준 향수, 그와 걷던 거리, 음식점처럼 눈 뜨는 순간 휘몰아칠 것이다. 그 때 바로 가상세계에 접속해야 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바로 부모님의 안부를 묻고 강제로 30분은 빡센 팀플에 참여하게 되는 게임을 추천하지만 이런 게임이 낯설다면 새로 시작하는 모바일 게임도 좋다. 첫 레벨부터 한 30레벨까지는 노력을 1만해도 10만큼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 나도 이렇게 빠르게 농장을 키울 수 있는 대단한 사람이라구!’라며 잠깐의 현실 도피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게임을 평소 잘 하지 않고 외부 활동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다음 방법을 추천한다.


  두 번째, 이성과의 가벼운 단체 술자리에 참여해라. 알코올로 정신은 조금 미약하게, 낯선 상대로 (전 연인에게  쓸데없이 집중하던) 주의를 환기시킨다는 전략이다. 술을 마시면 다음 날은 피곤함이나 숙취의 공격으로 또 정신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으니 이틀은 잡생각에서 해방이다.(다시 한 번 밝히지만 건강한 방법이 아니다) 이 때 술에 취해 전 연인에게 연락할 수 있는 핑계가 생긴다는 것은 함정이다. 밤에 술에 취한 연락으로 우리 해피엔딩~은 디즈니 영화에서도 나오지 않는 비현실적 소재이니 참아주길 바란다.


  덧붙이자면 이성이 포인트가 아니라 ‘가벼운’이 포인트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만약 ‘이성’에 방점을 찍어 소개팅이라도 계획한다면 그건 도박이나 다름없다. 가수 하림이 말하는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는 ‘잡생각’ 다음 단계임을 명심하라. 목적이 뚜렷하고 진지한 만남은 데이트에 가깝게 되고 상대를 하나부터 열까지 전 연인과 비교할 수 있다. 행여나 그와 자주 가던 맛집을 가거나 영화 얘기에 ‘누구랑 보셨어요”라는 문장이 치고 들어오면 다시 ‘잡생각’의 소용돌이로 들어가게 된다.

 

  더 이상 피할 곳은 없다. 어떻게 해도 전 연인이 떠오르고 일 분 일 초가 아파 죽겠다면 마지막 방법은 합숙이다. 친구나 가족과 한 침대에서 자라. 가능하면 먼저 자는 것이 좋다. 혼자 있으면 꼭 전 연인이 아니라도 잡생각이 나기 딱 좋은 상황이 연출되는데 새벽에는 거의 100배로 증폭된다. 친구와 수다 떨거나 유튜브를 보며 낄낄대다가 ‘먼저’ 잠들어라. 친구가 먼저 잠들면 꼬집어서라도 깨워 본인보다 늦게 잠들게 만들어라. (친구 관계가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은 유념해주길 바란다). 새벽 시간 잠들기 전은 잡생각 유니버스 도입부와 같다. 그러니 피곤하고 혼자 편하게 자고 싶어도 친구와 함께 지내거나 자기 전 꼭 통화라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친구와 실천과는 무관하지만 희망은 가득한 계획을 짜보는 것도 좋다. 종잇장도 맞들면 낫다는 선인의 말은 틀린 것이 없다. (여기서 전 연인의 종잇장과 맞들고 싶다면 다음으로 넘어가라)


  위 같은 방법을 나름의 꿀팁 아닌 꿀팁으로 소개했지만 꼭 의식적이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해보았던 이별 후 행동들이다. 회피하거나 정신의 끈을 놓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뇌 과학자 김대수 교수는 “잊어버리려고 자꾸만 노력할 수록 메타인지에 의해서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게 된다. 뇌는 시간이 지나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포장하는 놀라운 기능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 우리가 아무리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피하려해도 뇌는 야속하게도 더 떠올리게 만든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위 같은 방법들은 시간을 허비하기 딱 좋기 때문에 시간도 빠르게 지나간다. 곧 뇌의 포장 기능으로 미화된 추억을 만날 수 있으니 순간 어젯 밤 했던 ‘잡생각’에 힘들다면 도전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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