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9
어느 한 인터뷰에서 이경규 씨가 '고독을 스스로 견디지 못하면 인생이 망한다'는 말을 했다.
참 맞는 말이다 하며 공감했었다.
모든 사람은 각자만의 결핍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사람을 통해 그 결핍을 채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어린 시절 잘못된 훈육으로 애정결핍이 생겼고, 그러다 보니 인정욕구가 강했다.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실제로 쓸모 있게 행동하면서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고 싶었다. 그것이 어린 내가 터득한 생존 방법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내 감정과 생각에 집중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말과 의견에 쉽게 따라가고,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것에만 집중하며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다.
결국 나 스스로 고독한 시간을 갖지 못해 망하는 길을 갔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나 스스로와 잘 지내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인데 말이다.
공자는 30세를 이립이라고 했다.
서른 살이 되어 자신의 가치관으로 흔들리지 않게 바로 서게 되는 나이라고 한다.
나는 스스로에게 셀 수 없이 질문했다.
나는 이립 했는가? 나의 가치관은 무엇이고, 그것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인가?
나는 20대 중, 후반을 해외에서 일하면서 혼자 지냈다.
가족들은 모두 한국에 있었고 덕분에 나는 물리적 거리 생기며 자연스레 독립을 할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내가 부모님으로부터 온전히 독립했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삼시 세끼를 신경 쓰고, 빨래, 청소 등 모든 일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독립도, 이립도 아니었음을 고백한다.
독립에는 종류가 있다.
크게 3가지로 분류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내면의 독립(심리, 정서적 독립)
-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힘
- 타인의 인정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감정을 스스로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
- 자기 존중, 감정 표현, 경계 설정과 관련됨.
- 외부 기대가 아닌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바탕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며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하는 능력.
비판적 사고력과 자기 정체성 형성 포함.
2. 생활의 독립(경제적 독립)
- 일상생활을 스스로 꾸리고, 돈과 시간을 자립적으로 관리하는 능력
- 타인의 금전적 도움 없이 수입을 통해 생활을 유지하고 재정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
- 식사, 위생, 주거, 시간관리 등 일상생활을 혼자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
3. 사회 속의 독립
- 관계와 사회 속에서도 자기 기준을 지키며 살아가는 힘
-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자기 주도성과 역할을 유지하며, 사회적 기대와 문화적 규범 속에서도 자기 정체성을 지키는 능력.
돌이켜 보면 내가 경험했던 것은 2번의 생활의 독립뿐이다.
사실 아직까지도 1번과, 3번의 독립은 어렵다.
나는 점점 나이를 먹어가며 온전한 이립 하는 것을 인생 목표로 삼고 있다.
그래서 시도하고 있는 것이 '자발적 고독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자발적 고독이라고 하니 자칫 우울해 보일 수 있으나, 사실 생각보다 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한 시간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며,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는 것이다. 그러며 이전에는 몰랐던 나의 취향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들을 더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행복해하는 나를 발견한다. 온전히 내가 나 다워질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결국 고독은 피해야 할 적이 아니라, 나를 가장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친구였다.
결핍을 인정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으로 채우려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온전한 ‘이립’은 나를 잃지 않는 힘에서 온다.
오늘도 나는 그 힘을 기르기 위해, 나와 마주 앉아 조용히 대화를 나눈다.
그렇게 조금씩, 나는 나다운 삶으로 걸어가고 있다.
-고독은 필요하지만 고립은 되지는 말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