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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기

예정보다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by 활귀인

나는 평가받는 걸 싫어한다.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 한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다.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은 내가 글을 올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스스로 약속을 했다. 하지만 점점 부담을 느껴졌고, 글도 잘 써지지 않았다. 마음 무겁게 쓴 글을 누가 쉽게 읽어낼 수 있을까?

잘하지 못하면 혼나고 평가받았던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아직도 그런 두려움과 불안이 나의 무의식 속에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겨내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의도치 않게 불쑥불쑥 올라오는 마음이니까.

사실 1년 전부터 일기를 쓰고 있다. 거창한 거라기보다는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날짜만 써 놓고 내용을 써 내려가고 있다. 며칠 못하고 안 할 줄 알았는데 마음에 부담이 없어서였을까? 매일 쓸 때도 있었지만, 한 달에 한번, 두 달에 한번 쓴 적도 있다. 하지만 그만두지는 않았다. 나의 생각과 감정을 털어놓는 과정이 나에게 꽤 좋은 경험이었고, 계속하고 싶었다.

그렇게 1년을 쓰다 보니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자기 객관화가 잘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 사용 설명서'처럼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돌봐줘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30살이 된 이후에서야 나에 대해서 알아가기 시작했다니... 빠르면 빠르고 늦으면 늦었다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나는 달라졌다. 확실히 이전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똑같은 시간에 잠을 자더라도 숙면을 했을 때와 선잠을 잤을 때는 정말 다르다. 삶도 비슷한 느낌인 것 같다. 삶을 온전히 살아내는 방법을 이것저것 시도해 보면서 느낀 바로는 나의 삶을 뿌듯하게 살아낸 하루는 숙면을 한 것과 같이 개운하다.


그래서 나는 집도 없고, 돈도 잘 버는 직업이 아니지만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이제는 좀 부담 없이 글을 다시 써보려고 한다.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편안하게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려고 오늘도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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