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동화를 아시나요? 동화에서 한 소년이 나무에게 열매, 나뭇가지, 그늘 등을 아무런 조건 없이 받게 되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끝내 나무의 밑동만을 남겨둔 채 베어내기까지 합니다. 밑동만 남은 나무는 소년에게 화를 내긴커녕 자신의 모든 것을 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나무로써의 삶은 끝이 나게 되었죠. 그때서야 소년은 자신이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했다는 생각에 후회했지만 돌이키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왔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이 순간을 편하고, 안락하게 영유하고 있습니다. 허나, 이 과정에서도 분명한 문제가 존재했습니다. 우리가 윤택한 삶을 위해 가져왔던 개발에 대한 욕심은 자연환경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었고, 곳곳의 자연환경이 밑동만 남은 나무처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했거나, 처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이죠.
우리가 자연환경을 희생시켜 지금과 같은 편안한 삶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있기 때문입니다. 동화 속 나무는 소년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어 행복하다고 얘기했지만, 나무로 대변할 수 있는 현실의 자연환경도 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을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더 이상 그만하라고, 살려달라고 소리 없이 신음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물론, 개발이라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고 막아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자연환경이 어느 정도 희생되더라도 그 가치가 충분해 많은 이들의 삶에 이익을 주고, 개발 이후에도 자연환경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계획이 수립되어있는 올바른 개발이라면 반대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허나, 대부분의 개발은 '꼭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을 충족시키기 이전에 '경제적으로 얼마나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단순히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다 보니 꼭 필요치 않더라도 개발을 하거나, 자연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 등은 뒷전에 놓이기 마련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서는 이러한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만 해도 국립공원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 제 2 서해안 고속도로 건설, 서해 경기만 매립을 통한 기가시티 건설, 철새들의 낙원인 흑산도에 공항 건설, 국내 대표적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에 대규모 낚시터 건설 등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자연환경 보호에 대한 고민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개발이 계속해서 이루어지려 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례들은 모두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꼭 필요치 않지만 경제적 이윤 추구를 위해 개발을 하려는 점, 자연환경 파괴를 가속화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번 시간엔 이러한 몇몇의 개발이 자연환경, 더 나아가 야생동물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설악산과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케이블카를 왜 설치하려는 지에 대해서 우선 알아봐야 하겠죠? 가장 큰 이유는 지역 경제의 활성화입니다. 설악산, 지리산은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해 많은 사람이 오르길 희망하지만 등산의 난이도가 꽤나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산 정상 부근까지 쉽게 오를 수 있는 케이블카가 생기면 등산에 부담을 느껴 포기했던 관광객도 다시 발길을 돌리게 될 것이고, 결국 이 곳을 찾는 이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장애인, 노약자 등 산을 오르기 어려운 이들이 케이블카를 이용해 산에 오를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저는 케이블카를 요구하고 설치하고자 하는 이유가 납득이 갑니다.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치하는 것에는 극구 반대를 표하는 입장입니다. 설악산과 지리산은 '국립공원'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가 국립공원을 단순히 국가가 지정한 관광지 정도로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이는 한참 잘못된 생각입니다. 국립공원은 1800년도 중반까지 북미에서 지속된 대규모 자연파괴에 따른 문제와 그동안의 잘못을 깨닫고,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최초의 제도적 보호장치입니다. 보존의 가치가 큰 자연환경이 더 이상 인간에 의하여 훼손되지 않도록 개발을 억제해 보호하면서, 자연이 스스로 방어할 기회를 주고 후손에게 현재의 자연 그대로를 물려주기 위한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립공원의 목표에 견주어 봤을 때, 케이블카는 그 어느 자그마한 장점조차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장점은커녕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본연의 목적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기 충분합니다.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해선 여러 개의 지주와 구조물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설치되는데, 이러한 구조물은 주변 환경을 훼손하여 야생 동·식물의 삶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주변 식생을 변화시키거나 은신처, 주요 이동로 등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설치를 반대하는 자들은 설악산과 지리산이 국립공원이기에 반대를 멈출 수 없는 것입니다. 제도적으로 보호받는 중요한 자연유산인 국립공원에까지 케이블카와 같은 편의시설이 건설된다면, 앞으로 대부분의 자연환경에 개발을 해도 된다는 일종의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립공원에도 설치했는데, 국립공원이 아닌 곳은 오죽할까요. 개발 압력이 자연환경을 무섭게 잠식시킬 것은 불 보듯 뻔한 견과입니다.
뿐만 아니라 관광객이 많아지길 바라는 것 역시 자연에게는 분명한 문제가 됩니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 명의 관광객이 케이블카를 이용, 설악산과 지리산에 오르게 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을 지니고, 이를 행하려 노력하지만 분명히 그러지 아니하는 사람도 존재합니다. 등산 후 쓰레기나 부산물을 버리고 오거나 야생동물의 먹이자원이 되는 임산물을 채취하는 등의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도 케이블카로 인해 늘어난 관광객 수에 비례하여 늘어나게 됩니다.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여러 금기사항에 대한 통제나 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게 됩니다. 자연은 스스로를 정화하는 능력을 분명히 지니고 있습니다만, 그 능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너무 많은 관광객이 산을 찾게 되면 산은 점차 훼손되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또, 늘어나는 관광객을 감당하기 위해선 더 많은 등산로가 필요해지고 대피소 같은 편의시설, 안전시설 등도 요구되기 마련입니다. 이로 인해 훼손된 생태계는 병들고, 산이 품고 있는 수많은 생명과 야생동물들 역시 병들게 됨은 당연한 사실이죠. 우리나라에 약 800여 마리밖에 서식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산양. 그중 가장 많은 산양을 품고 있는 곳이 케이블카가 설치되려는 설악산입니다. 산양은 케이블카를 타지 않는다는 것을, 케이블카는 산양과 야생동·식물에게 그 어떠한 장점도 주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흑산도는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주변에 홍도, 만재도 등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이 자리해 있으며, 배낭기미 습지 등을 지니고 있어 서식 환경이 좋아 한반도를 찾는 철새 종의 70%가 흑산도에서 관찰이 될 정도로 생태적 가치가 높습니다. 이러한 가치를 중요히 여겨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가 개소해 국내 철새에 대한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흑산도는 매년 5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습니다. 현재는 배를 이용해 접근해야 하므로 기상현상에 따라 접근이 어려운 경우도 1년에 약 100여 일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입도, 출도 및 관광객의 수가 다소 적다고 판단했고, 공항을 건설하면 더 쉬운 접근이 가능해 국내 및 해외 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전남 신안군의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다수의 생태 전문가는 건설 예정지인 흑산도 예리 초지에 공항이 들어선다는 것은 '철새 대학살'이나 다름없다며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리 초지는 흑산도 내에서도 세 번째로 많은 철새가 관찰되고, 철새의 중요 먹잇감이 많기 때문에 생태학적 보전 가치가 손꼽힐 정도로 높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 곳에 공항이 생기는 것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훼손할 뿐 아니라 예리 지역을 포함해 사업 영향권 내에 서식하는 수십 종의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및 천연기념물 서식지도 직·간접적으로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관련기사 : '황소 등 위 황로'...흑산 공항 생기면 사라질 풍경 - 경향신문 김기범 기자)
사실, 애초에 새가 많은 곳에 공항이 들어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공항과 비행기는 하늘을 나는 새와 절대로 가까워질 수 없는 존재입니다. 비행기와 조류의 충돌(Bird Strike)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비행기 이, 착륙 및 운행 시에는 항상 조류와의 충돌을 주의해야 합니다. 새가 비행기에 부딪혀 기체를 손상시키거나 엔진에 빨려 들어가면 새가 목숨을 잃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비행기를 이용하는 승객 역시도 추락 등의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항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1990~2007년까지의 17년 동안 8만 2,000건의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인명피해도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경제적 손실은 천문학적인 금액에 이르고 있지요. 우리나라의 대부분 공항 역시도 크고, 작은 버드 스트라이크 피해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조류퇴치팀을 운용하여 새를 공항 주변에서 쫓아 사고를 방지하는 활동을 하고 있죠. 하지만 이 역시도 완벽할 수 없습니다. 하물며 철새들의 낙원에서는 더욱 철저하고, 완벽하게 새의 접근을 차단해야 할 텐데, 이것이 가능할까요?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흑산도는 1년에 약 100여 일 정도는 배로 접근할 수 없는 기상현상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비행기라면 괜찮을까요? 흑산도의 안개일 수는 연평균 93.8일입니다. 비행기 역시 안전성이 확보되기 어렵습니다. 버드 스트라이크 외에도 흑산도의 공항과 비행기가 위험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공항과 비행기가 필요치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게 흑산도이기에 우려를 금할 수 없는 것입니다. 흑산도는 말 그대로 철새들의 낙원입니다. 장거리 이동을 한 후 잠깐 쉬어가며 체력을 보충해야 하는 중간 기착지로서 그 역할이 중요한 흑산도이지만, 공항이 생긴다면 철새들은 생존에 있어 철저하게 방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날아드는 비행기를 피해야 하고, 조류퇴치팀이 쏘아대는 총성에 항상 긴장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또한 지금보다 늘어난 관광객으로 인해 먹이활동과 휴식을 방해받거나 늘어난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한 편의시설 등의 개발이 진행된다면 환경훼손이 가속화되는 것도 불 보듯 뻔한 결과입니다.
흑산도의 푸른 하늘 위로 많은 새가 유유히 비행을 하며 수놓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매년 150종, 한반도를 찾는 철새 종의 70% 이상이 발견되어 중간 기착지로서 역할과 가치가 매우 빛나는 흑산도입니다. 그 생태적 가치가 얼마나 높고, 중요하기에 철새 연구센터도 설립이 되어있고,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을까요? 우리는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흑산도에 공항이 꼭 필요할까요? 만약 공항이 생긴다면, 철새는 이제 어디 가서 쉬어야 할까요?
900만 제곱미터 넓이에 해마다 겨울이 되면 멸종위기 종 재두루미를 포함한 수 만 마리의 철새가 찾아오는 국내 대표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는 주남, 동판, 산남 3개의 저수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곳 중 산남저수지에 낚시 공원(선상 낚시 콘도 20개 동과 가두리식 낚시 시설 2개 동, 좌대 낚시 시설 100개소, 오토캠핑 야영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곳에 낚시터를 건설코자 하는 창원시 관계자는 주남저수지 중 낚시터 건설 예정인 산남저수지는 철새의 발견 빈도도 낮고, 다른 곳에 비해 생태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이야기하며 낚시터 건설의 정당성을 이야기합니다. 허나, 사실 이 얘기는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약 30여 년간 낙동강에서 조류 조사를 진행해 '낙동강 그 30년의 기록'의 보고서까지 작성한 이력을 지닌 전국 규모 대학생 조류 연구 모임인 '대학연합 야생조류 연구회'의 주남저수지 조류 조사 기록에 따르면, 최근 5년 산남저수지에도 천연기념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IUCN 적색목록에 등재된 보호종이 다수 발견되었으며 개체수 또한 무시할 수준이 아닙니다.
2011년 : 검독수리(천연기념물 243-2호, 멸종위기 1급)를 비롯한 큰기러기, 황조롱이 등 보호종 4종 316개체 관찰
2012년 : 큰고니(천연기념물 201-2호, 멸종위기 2급), 독수리(천연기념물 243-1호, 멸종위기 2급)를 포함한 보호종 5종 232개체 관찰
2013년 : 주남저수지에서 보호를 위해 가장 큰 노력을 들이고 있는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멸종위기 2급) 42개체, 흰꼬리수리, 새매 등 보호종 6종 53개체 관찰
2014년 : 참매(천연기념물 323-1호, 멸종위기 2급) 1종 1개체 관찰
2015년 : 잿빛개구리매(천연기념물 323-6호, 멸종위기 2급) 등 3종 96개체 관찰
보호종 외에 조사된 조류의 개체수 역시 매년 높은 수준을 보였으며, 연평균 31.6종 1131개체, 2013년에는 43종으로 생물다양성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조사는 매년 1월, 하루 동안 진행되기에 겨우내 이곳에 머무는 조류의 종과 수는 조사 수치를 상회할 것이라는 예측도 할 수 있겠네요. 창원시의 발표와는 다르게 수많은 조류가 산남저수지를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산남저수지가 주남, 동판저수지보다 작은 규모임을 감안한다면 산남저수지가 생태적으로 가치가 훨씬 떨어진다고 속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일 수 있습니다.
땅을 마구 파헤쳐 높은 건물을 짓는 것도 아니고 낚시터 정도 만드는 것이 환경에 큰 문제가 되냐 싶겠지만 이 역시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낚시라는 행위 자체가 야생동물에게는 사실상 큰 위험요소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낚시를 하면서 버려지는 낚싯줄, 낚싯바늘, 납추 및 쓰레기는 자연환경 오염과 더불어 야생동물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또 낚시를 하려는 인구의 잦은 출입은 야생동물의 휴식과 먹이활동 등을 방해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생존에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낚시터가 생긴다면 산남저수지의 생태계만 위협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남, 동판, 산남 저수지는 서로 굉장히 인접해있어 환경적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산남저수지의 오염과 훼손은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주남, 동판저수지로 확장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주남저수지는 창원시의 대표적인 자연환경 자원입니다. 2008년엔 람사르총회를 개최하기도 했으며, 주남저수지를 대표로 친환경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환경수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런 곳에 낚시터가 들어선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합니다.
철새 보호를 위해 주남저수지 근처에 개발이 제한되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주민도 있다는 남모를 고충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허나, 낚시터가 만들어진다면, 그동안 주남저수지를 보호하고 환경수도를 자청하며 행해왔던 그 노력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온 탓일까요? 그동안 우리는 자연이 내고 있는 신음을 듣지 못했나 봅니다. 아니, 어쩌면 귀를 막고 외면하며 지내왔을 수도 있겠죠. 뒤늦게나마 자연환경의 위기를 깨닫고 더 이상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자연환경 보호와 개발의 반대를 외치며, 구석구석에 산재해있는 개발욕구과 맞서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피어나는 개발욕구를 막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해마다 구조센터에는 이런저런 사연을 지닌 동물들이 구조되어 들어옵니다. 벌목을 하는 과정에 둥지에서 떨어지고, 자동차에 치이고, 유리창에 부딪히고, 낚싯바늘이 목에 걸린 이 친구들이 겪었던 사고를 근본적으로 파헤쳐본다면, 그동안의 우리가 지녀왔던 개발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을지 모릅니다. 다친 야생동물 한 마리, 한 마리 정성을 쏟아 돌본 후 자연으로 돌려보냈는데, 이렇게 무분별한 개발 앞에 수백, 수천, 수만 마리가 위험에 빠지게 되는 상황을 보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무기력함에 사로잡힙니다.
이쯤 되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나무는 소년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정말 행복했을까요? 정말 확실한 건 나무에게 모든 것을 받은 소년은 행복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동화 속 소년이 오늘을 살아가는 실존인물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목소리를 높였을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 에선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밑동만 남겨둔 채 베어지고 있고, 이는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그리고 우리 역시, 돌이킬 수 없는 그때가 온다면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