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일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by 에스텔라
첫 글을 쓰고 난 뒤,
회사도 사람도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은
그 안에 서 있는 나였다.


'나는 회사를 떠나는 대신, 거리를 두기로 했다'는 글을 쓰고 난 뒤,

내 안에서 조용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크게 드러나는 변화는 아니었지만,

마치 애벌레가 탈각을 마친 뒤 조심스럽게 날갯짓을 시작하는 장면처럼

내 태도와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임원을 대하는 몸의 감각이었다.

예전처럼 심장이 먼저 반응하지 않는다.

수년 동안 반복해서 학습해 온 탓에,

그들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식적인 미소 대신

차분한 웃음으로 대하게 되었다.

회사, 고객, 파트너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에 맞는 판단과 결과를 제시하면 된다는 사실을

이제는 감정이 아니라 인식의 차원에서 받아들인다.


두 번째 변화는

내가 다루는 하이엔드 가구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특히 유럽 가구를 보며

오랜 역사와 예술,

그리고 하나의 작품이 가구로 재탄생되기까지

디자이너의 고심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자재가 어디서 오는지,

채취되고 가공되어 상품이 되기까지

수없이 많은 공정과 시간이 쌓여 있다는 사실이

이제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감각으로 느낀다.

일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세 번째 변화는

조금 더 자주 웃게 되었다는 점이다.

내 일을 나 자신으로부터 한 발 떨어져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과거의 나를 현재의 시점에서 만났다.

과거의 나를

조금 더 앞으로,

조금 더 단단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졌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글쓰기였다.

글을 쓰며 나를 바라보고,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한다.


회사와의 거리 두기는

글쓰기가 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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