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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이버링 May 10. 2023

오전 11시, 우리 집은 카페가 됩니다.

일주일에 한 번, 단 한 명의 손님을 위해서.


일주일에 단 한 번,

하루 한 명만 예약제로 운영하는 브런치카페.

오전 11시, 우리 집은 카페가 됩니다.




스텐볼에 차가운 수돗물을 채운다.

로컬푸드에서 2천 원에 산 샐러드 채소 약간,

방울토마토 다섯 알을 탈탈 붓는다.

손으로 무심하게 저어주고 5분 뒤 건져내야지.


냉동베이글은 한 시간 전 미리 꺼내두었다.

연어가 당기는 날은 연어도 해동해 둔다.

늘 사러 갈 수 없으니 냉동창고에 소분해 두었다.


쿠팡에서 주문한 요거트를 면포 위에 붓고

야무지게 꾹꾹 눌러 유청을 뺀 꾸덕한 그릭요거트.

이렇게 먹으면 사 먹는 것보다 두 배나 저렴하다.

한 스푼을 뭉텅 떠서 보울에 담고 꿀을 듬뿍 뿌렸다.

케이퍼도 10알쯤 부었다.

나무 스푼으로 케이퍼를 으깨 잘 섞이도록 저었다.


싱싱한 양파는 종이만큼 얇게 두 장을 슬라이스.

진한 맛이 일품인 대추방울토마토도 슬라이스.


베이글 통통한 허리에 칼을 꽂아 반듯하게 슬라이스.

발뮤다 토스터기에 5cc 물을 붓고 2분 30초 굽는다.

그러는 사이 넓고 납작한 접시를 꺼냈다.

베이킹파우더로 뽀드득 씻은 레몬과 그레이터도 대기.

잘 저은 그릭요거트를 바를 버터나이프도 대기.


담가 둔 샐러드 채소 두어 개를 건져 털었다.

남은 물기는 키친클로스로 꾹꾹 눌러 뺐다.

창가의 로즈마리는 툭, 툭, 꺾어서 수돗물에 샤워.


 ‘띵-띵-’ 울리는 발뮤다 토스터기

문을 연 채로 베이글을 한 김 식혔다.

남아있는 수분으로 베이글이 물러지지 않도록.


준비한 접시에 베이글 단면이 위로 가게 내려놓았다.

따끈한 손 끝에서 겉바속촉이 느껴졌다.


아랫면에는 납작한 샐러드 상추를 두어 개 포개고

슬라이스 햄을 먹음직스럽게 얹었다.

햄 말고 연어가 좋으면 먹음직스럽게 말아 올린다.

슬라이스 한 양파를 펼쳐서 얹었다.

케이퍼 몇 알을 연어 위에 뿌리고, 후추도 뿌렸다.

로즈마리도 올렸다.


다른 베이글 단면에 그릭요거트를 동전 모양으로

돌려가며 발랐다.

꾸덕하게 발린 요거트 위에

그레이터를 잡고 레몬을 밀어 제스트를 흩뿌렸다.

로즈마리도 마음에 드는 곳에 무심히 얹었다.


포크와 나이프를 준비한다.

진하게 내려 둔 커피에 부을 물을 끓인다.



벨이 울린다.


이제 상콤한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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