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 말을 받고 말았다.
출간을 제안드립니다.
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나를 떠밀었다. 무식하대도, 겁이 없다 해도 좋다. 일단 쓰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 나를 여기까지 밀었다. 내 삶의 방식이기도 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열심히 하다 보면'
100여 군데가 넘는 출판사에 투고를 하며 한 곳이라도 내 글에 숨은 진주를 알아봐 주길 바라는 희망으로 한 달을 버텼다. '빠르게 실패하라'라는 책의 제목이 시키는 대로, 넘어지더라도 달리자는 각오로 투고를 시작했다. 첫 투고를 한 지 26일이 지난 어제, 운전을 하다가 문자 한 통을 받았다.
투고 관련의견을 회신했으니 메일을 확인해 달라는 문자.
이런 문자는 처음이었고 다급한 마음에 신호대기 중 메일함을 열었다. 나도 모르게 '악!'소리가 터져 나왔다. 차를 세우고 찬찬히 글을 읽어나갔다. 부끄러운 내 글을 꼼꼼히 읽고 적나라한 지적을 열거했지만 결론은 서로 윈윈 하는 마음으로 보완해 책을 잘 만들어 보자는 내용이었다. 바로 '출간을 제안드립니다.'
계속되는 거절메일에 익숙해질 무렵, 내 자존감은 바닥을 찍었다. 형편없이 무너져 내린 자아는 꼭꼭 숨어 화해할 기색이 없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인기척도 없는 자존감이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고집스럽게도 글쓰기강의를 듣는 일이나 내 글에 대한 첨삭받기를 꺼려해 왔다. 이유는 단 순하게도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책을 쓸 의도로 글쓰기를 배우는 것은 고통스럽다. 나 같은 사람도 책을 써도 되는지, 응당 훌륭한 사람의 말 자체가 책이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한 것이다. 나는 아직 덜 훌륭하기 때문에 책을 쓸 자격은 없다. 그렇다면 언제 쓸 텐가. 훌륭해지면 쓰려고? 책도 한 권 써보지 않은 사람을 내가 훌륭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건 모순이다. 그럼 일단 책을 내볼까? 이쯤 되니 내 정신이 아메바급으로 단순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나를 안다는 것, 내가 뭘 원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내 삶의 정답이다.
오늘부터 수험생 모드로 열심히 책을 준비해야지. 내 책의 애독자는 내가 되어야 한다는 각오로, 매일 이 책을 읽는 일이 삶의 지침이 되어줄 거라 여기며, 내 책을 소유한 이들이 보물을 안고 살 수 있게 잘 만들어봐야겠다. 내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나의 글에 소모하는 것으로 7월을 달궈봐야겠다.
내 생애 가장 찬란한 8월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계약서를 보내고 첫 글을 브런치에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