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달란트를 발견한 인생
2023년 8월은 나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큰 달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의미가 있으며 그 의미는 그 속에서 보물을 찾아낸 사람의 몫이다. p.290
나를 만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었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출판을 생각하고 있었나요?“
출판보다 먼저 떠올린 것은, 중고차 한 대 값을 단 두 달에 쏟아부으며 여기서 아무런 의미도 찾지 못하면 안 되겠다는 기분 좋은 강박이었다. 그래서 여행 중 뇌가 흥분하는 찰나들을 사진에 담았고, 글로 메모해 두었을 뿐이다. 충만했던 여행 자체만으로 그 의미는 10점 만점이었지만,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놀랍게도 의미들은 100점이 되었다. 언젠가 지인이 선물한 여행에세이를 밤새워 다 읽고 '아이들이 좀 크면, 보살피는 여행보다는 함께 즐기는 여행을 기록하고 싶다.' 는 막연한 꿈을 가진 적이 있었다. 글과 사진, 생생한 기억들을 조합해 끄집어내면서 나는 의미에 살을 붙여 나가 블로그와 브런치에 기록을 시작했다. 휴직 중임에도 그것이 마치 내 일인 양.
되돌아보면 내 목숨은 하나지만 나의 관심과 머무는 장소, 연령과 지위 등에 따라 나는 여러 개의 인생을 살았다. 자식으로, 학생으로, 워킹홀리데이를 온 유학생으로, 직장인으로, 엄마로 살아온 인생들.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 죽는 날까지 내 삶에는 몇 개의 인생이 남아 있을지 궁금해졌다. 내게 남겨진 인생 중 나의 달란트를 발견한 인생도 있을까?
p.284
그런 내 글에 가치를 불어넣어준 지인과 타인들 덕분에 용기를 쌓아 기획출판을 해냈다. 8월은 내 작은 달란트를 발견한 인생을 살았던 한 달이다. 오늘이 그런 8월의 마지막 날이다.
차례로 깨운 아이들은 오늘따라 기상을 힘들어했다. 목요일은 지칠 만도 하지, 아침을 오물거리며 식탁 위에 상반신을 의지한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했다.
“널 보니 엄마가 부끄럽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아들보고 엄마도 힘내볼게, 엄마도 좀 게을러지려던 참이었는데, 우리 같이 힘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