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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이버링 Oct 19. 2023

아이를 데리고 도망간다.

오직 나만 의지할 수 있게


주말이나 연휴에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계획한다. 그 목적은 무엇인가?


1) 평소 시간이 부족해 못 채운 휴식을 취하기 위해

2) 아이들이 심심해할까 봐

3) 아이들이 온전히 부모에게 의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정답: 3


일상에서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매일매일의 루틴의 노예로 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 있다.

- 삼시 세 끼를 그 자리에 앉아 다 먹는 것

-하루 분량의 학습지를 끝내는 것, 숙제를 마치는 일

-아이가 하고 싶은 일(예: 종이접기, 넷플릭스 보기, 유튜브 보기, 슬라임 하기 등)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일

-샤워, 양치, 세수, 손 씻기 등

-방정리, 놀고 난 다음 치우기 등


그 밖에도 일상 루틴이 만든 과제들이 너무 많아서 평소 부모자식 간에 대화는 주로 이런 루틴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다 했니?”, “언제까지 할 거니?”, “정리 정돈할 거지?”, “밥 먹자, 골고루 먹어, 잘 씹어야지…” 갑자기 이 말들을 글로 열거하려니 숨이 막히는 이유는 뭘까.


어쨌거나 이런 루틴에서 좀 벗어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절대 집에서 하는 루틴으로는 아이와 부모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과업에 상당히 열린 부모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부모들은 ‘작정하고 무장해제 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여행’이라는 방식으로 말이다.


여행을 떠남에 있어 조건이 있다. 평소 루틴에서 최대한 벗어나야 한다는 것. 그냥 나갔으면 놀아야 한다. 일기 한 페이지나, 수학 문제 한 장 정도는 너끈히 허용한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안 된다. 왜냐하면 여행은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여행이 쉼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에게는 쉼이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벌써 ‘쉼‘이 필요한 나이어서도 안 된다. 아이들은 집에서 노나 밖에서 노나, 놀지 않아야 할 때란 없다. 다만 부모를 온전히 의지하게 되는 여행이어야 한다. 난생처음 가는 낯선 곳에 의지할 사람이라곤 부모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이들은 그곳에서 부모의 말에 경청해야 하고, 부모 또한 루틴에서 벗어난 이 여행에서 아이들의 표현에 온몸으로 귀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지금 이곳을 왜 가는지, 너는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이따가 먹게 될 음식은 무엇인지, 넌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 등등 평소에는 하기 어려운 질문을 한다. 아이들이 내리는 선택, 결정은 부모가 칼자루를 쥐고 있어야 한다. 아이들의 느낌에 크게 반응해 주고, 아이들에게 가능한 범위에서 선택권을 쥐어주는 등 아이가 이 여행에서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끊임없이 주는 것이다. 산을 등반했을 때에는 정상까지 올라왔다는 뿌듯함에 대해, 특별한 장소에 온 일에도 의미를 부여해 주고, 특별한 지식과 경험을 갖게 된 데에 칭찬해줘야 한다. 아이는 부모와의 여행을 통해 다음과 같은 소득을 얻는다.


1. 우리 부모님은 내가 좋아할만한 곳에 나를 데려가주니 나에게 기쁨과 만족을 주는 사람이다.

2. 나는 우리 가족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나의 의견과 감정은 우리 가족의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

3. 나는 부모님과 동행해야만 이렇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은 결국 아이들이 부모를 의지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는 부모로부터 안정감을 느낌으로서 아이들이 탈선하지 않게 되는 보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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