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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이버링 Feb 24. 2024

지혜로운 당근생활

깎아줄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

며칠 째 내리는 비에 금요일 퇴근길이어도 기분이 가볍지 않다. 또 집에 도착하면 아이를 학원에 바래다줘야 하는데, 마침 그전에 당근(중고거래) 앱으로 거래약속도 잡아뒀기 때문이다. 시간을 맞추려면 서둘러야 했다. 구매자가 시간을 못 맞추면 난감해질 수 있는 상황. 부지런히 움직이는 와이퍼와 함께 ’당근~‘ 알림이 울렸다.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 45분 전이었다.


”금액이 64인데 현장에서 바로 드릴게요, 6에 안 될까요? “


원래 (냉장고) 패널 하나에 9만 원 하는 것을 두 개에 9만 원으로 올렸다가 하도 팔리지 않아 내리고 내린 가격이 6만 4천 원인데,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임박해서 이렇게 가격을 깎는 건 어쩐지 매너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근에서 물건값을 깎을 때 응답과 결과는 크게 두 가지다.

1. (아쉽지만 얼른 팔아버리고 싶은 마음에) 네. 깎아 드릴게요.

2. 지금도 가격을 많이 내린 거라서 에누리는 힘들 것 같아요.


1의 경우 대부분 거래가 성사되지만 2의 경우 거래가 불발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때 그냥 깎아주고 팔아버릴걸..‘ 후회한 적도 있다. 몇 번의 중고 처분 경험이 나에게 ’신중한 대답‘을 기대하고 있었다. 즉시 답하지 않고 운전대를 손에 쥔 채로 한참을 고민했다.


’나중에 후회하기 싫으니 쿨하게 깎아주고 싶지만...‘


갑자기 이거다 싶은 대답이 떠올라 답장을 보냈다. 그 사람은 내 답장을 보고 ”네. “라고 대답했고, 나는 큰 아쉬움 없이 6시에 집 앞에서 6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6시까지 시간 맞춰 와 주시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구매자가 깎기 시작한 순간 갑이 되는 중고거래에 대처하는 자그마한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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