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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이버링 Apr 29. 2024

21세기 레퍼런스 혁명의 수레바퀴, '해시태그'

화면 속 세상에서 만날 확률은 200%

"언니, 이 사진 뭔지 알아?"


최근 급속도로 가까워진 동생 J가 인스타그램 속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거? 우리 집 중문 찍은 사진인데?"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입주할 때 검은색 격자무늬 뼈대에 유리창이 있는 중문을 설치했다. 모던하고 깔끔한 중문디자인과 간접등의 조도가 잘 어울려 사진이 예쁘게 찍혔다. 1년 전 새집을 뽐내고 싶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었다.


"언니집 중문 맞지? 내가 진짜 소름이 돋았다니까?"

"왜 소름이 돋아?"

"내가 언니 알기 전에 이사 갈 집 인테리어 알아보려고 인스타그램에서 중문만 죽어라 검색했던 적이 있거든, 그때 내가 이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어서 내 휴대폰에 저장해 뒀다니까?"

"우리가 알기도 전에 그랬단 말야? 와... 세상 진짜 좁다!"

"언니 더 신기하고 재밌는 건 뭔 줄 알아? 이 사진 확대해서 봐봐."


J가 가리킨 우리 집 중문 사진에 엄지와 검지를 대고 위아래로 벌리며 화면을 확대했다. 나는 사진 속 중문 유리창에 커다랗게 비친 아이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세상에, 우리 딸이잖아? 이런 개구진 표정이 사진에 찍힌 줄도 모르고, 하하..."


우리는 확대한 귀여운 딸아이 사진을 가리키면서 마주 보고 깔깔깔 웃었다. 자그마한 에피소드지만 기억에 오래 남은 이유는 내 인스타그램 속 사진들이 비단 이 동생의 사진첩에만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기시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종종 인스타그램에 일상을 거른 사진을 올리곤 한다. 둥글고 포근한 모듈 소파에 앉아 책 보는 아이들의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선물 받은 예쁜 접시에 음식을 담아 올리기도 한다. 의도치 않게 아이의 얼굴이 비친 중문 사진이 낯선 이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과거와 달리 레퍼런스는 사방 도처에 널려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스타그램이다. 출근 전 어떻게 입을지 고민될 때 인스타그램 속 멋쟁이들을 따라 한다. 꽃시장에서 꽃을 사기 전에 어떤 꽃과 어떤 꽃이 잘 어울리는지 레퍼런스를 검색한다.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자녀교육, 심리, 자기 계발 등 수많은 분야의 라이프스타일이 사용자의 레퍼런스가 된다. '#(해시태그)'의 발명은 수레바퀴의 발명만큼이나 21세기 레퍼런스의 혁명을 가져왔다.


내 인스타그램에는 오늘 기준 3,328개의 피드가 있다. 이 중 누군가에게 레퍼런스가 된 피드는 몇 개나 될까? 낯선 이가 나를 레퍼런스 했다는 느낌은 어깨를 우쭐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름이 돋는 일이다.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사이가 멀어진 사람과 당근(중고) 거래에서 만나 서로 당황하며 물건만 주고 후다닥 헤어졌다고 한다. 온라인은 이렇게 멀어진 사람도 만나게 한다. 모르는 사람도 마치 아는 사람처럼 느끼게 한다. 레퍼런스의 덩치는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한,
화면 속 세상에서 만날 확률은 20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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