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이 된 아들에게

엄마의 바람

by 새이버링


아들, 중학교에 가서 반장이 됐다고 하니 엄마는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반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좋은 인상을 남긴 결과라 생각하니 엄마로서 뿌듯해.


혼자 시내버스를 타고 학교에 간 지도 한 달이 다 돼 가는구나. 엄마는 네가 이른 시간 시내버스를 타고 학교에 빨리 등교하길 바랐는데, 궁금해지더라. 너는 학교에 일찍 가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너의 대답은 그랬어. 친구들과 재밌는 이야기를 한다고. 훗. 네 또래 아이들이 하는 재밌는 이야기가 뻔하지. 엄만 듣지 않아도 들리는 것 같다. 유튜브에서 본 얘기, 축구얘기, 아이돌 얘기, 뭐 쌀알이 뻥튀기가 되는 그런 이야기겠지. 그런 표정 짓지 마. 내 말이 틀리니?


엄마는 다시 생각한다. 너에게 친구들과 수다 떨 시간을 주기 위해 너를 학교에 빨리 보내고, 아침 일찍 깨우는 게 맞을까? 만약 네가 이 말을 듣는다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렇게 말하겠지.

’엄마, 그럼 친구랑 이야기도 하지 말라는 말이야?‘


엄마의 나이가 되면 시간이란 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특히 시간을 벌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겪어보지 않은 너는 모를 것이다. 말로 한들 알겠니. 시간이 곧 목숨이라고 말해도 넌 이해하지 못할거야. 언젠가부터 네가 아직 살지 않은 미래에 대해 말하기를 주저하게 됐다. 내가 아무리 정성을 들여 말해도 살아 보지 않은 미래는 너에게 와닿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나는 그냥 꼰대가 될 뿐이고.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는데, 오늘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만약 네가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재밌는 시간을 보낸다면 아주 조금만 이런 욕심을 내 보는 건 어떻겠니? 학교에 오자마자 책을 좀 읽는다던지 수학숙제를 한다던지 말이야. 잔소리를 하려는 게 아니라 특별한 아우라를 품어낸 어떤 사람에 관해 말하는 거야. 엄마가 어릴 때 어떤 사람이 가장 멋졌냐면, 그 사람이 하는 걸 나도 하고 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사람이었어. 그가 웃을 때 나도 웃고 그가 공부하면 나도 공부하고 싶었어. 그가 듣는 음악을 나도 듣고 싶었고 그가 말할 때 하는 특별한 제스처를 나도 따라하고 싶었어. 그런 사람은 특별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사람이야. 혹시 네가 그런 사람은 아닐까? 절대 아니라고?


’나 이제 책 읽어야 해.’ 하면서 갑자기 책을 읽어볼래?

‘나 수학숙제 미리 해야 해.’ 하면서 수학 문제집을 꺼내볼래?

‘야, 우리 이거 나눠 먹자.’

‘야, 너네 국어샘이 내준 숙제 했어? 빨리 하자.’


선한 영향력. 네가 책을 재밌게 읽고 있는 모습은 친구에게 독서 동기가 된단다. 수학 문제를 열심히 풀고 있으면 ‘맞다, 나도 숙제를 해야 돼.’하고 누군가는 숙제를 미루지 않게 돼. 거울효과라고 들어봤니? 호감을 가진 사람이 하는 걸 따라하고 싶어지는 심리야.


웬 공부? 웬 독서? 하면서 너를 비난하고 놀리는 친구들이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너는 선택할 수 있다. 단 한 명일지라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가 되거나, 그냥 유쾌하게 웃으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시간을 흘려 보내거나.


일주일, 5일의 아침 자투리 시간 중 두세 번쯤은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데 써 보면 어떻겠니? 아니 단 하루라도 좋아. 우리에겐 자유의지가 있어. 우리에게는 내 시간을 어떻게 쓸지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우리에겐 잠시 멈춰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게 더 멋질까라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반장인 너는 너희 반의 분위기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 잉크 한 방울이 투명한 물에 색을 덧입히는 것처럼, 너의 작은 노력이 너희 반을 최고의 반으로 만들고, 네 친구들은 너와 같은 반인 게 자랑스럽다고 느끼게 될 거야. 세월이 흘러 친구들이 너를 ‘참 멋진 반장이었어.‘라고 기억할 아우라. 자, 어때? 내일부터 우리 아들이 그런 아우라를 뿜어내는 멋진 반장이 되어 보는 건?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야! 그만 좀 떠들어라. 너네 쉴 때 아까 배운 거 복습한 사람, 내가 딱 한 명 봤어. 그 사람은 뭘 해도 잘 될 거다. 분명 좋은 대학 갈거고. 누군지는 내가 말 안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