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물이 될까
아침 9시, 민하가 나를 껴안고는 내 차가운 허벅지와 팔뚝에 제 살을 비빈다. 나도 어릴 적 엄마의 찬 몸이 좋아서 자꾸 엄마 살에 뜨거운 내 몸을 갖다 대곤 했다. 그러면 엄마는 무척 싫어했는데, 나는 크면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그러나 가뜩이나 아침부터 더운데 알맞게 식혀진 내 몸에 그 뜨뜻하고 보드라운 종아리가 닿아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나는 싫은 내색을 꾹꾹 참으며 선풍기의 강도를 높인다. 평화롭고 느긋한 이 시간, 녀석이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엄마, 오늘 수빈이 생일파티에 초대받았어. 10시까지 오래.”
“뭐? 그걸 이제 말하면 어떡해? 너 초대받은 거 맞아?”
사실이 아니기를, 벌떡 일어나 물었다. 민하가 초대장을 내민다. 이것마저도 짓궂은 장난이기를 소망하며 연필로 끄적인 색종이를 빤히 쳐다보다가 나갈 채비를 서둘렀다. 초대받은 생일파티에 빈 손으로 갈 수는 없으니까.
카피바라를 좋아하는 수빈이의 생일선물로 토요일 아침 9시에 살 수 있는 게 한없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그나마 동네에서 문을 연 24시간 문구점을 훑었다. 민하는 수빈이가 좋아할 만한 손바닥 만한 카피바라 스티커와 키링을 골랐다. 그것만으로는 아쉬워서 파리바게트에 들러 젤리와 사탕을 샀다. 하지만 반에서 제일 친한 친구의 생일선물로는 어쩐지 부족했다.
꾸역꾸역 선물포장을 하던 중 나는 뭔가가 떠올라 편지를 쓰는 민하에게 물었다.
“민하야, 수빈이한테 엄마 책 선물하는 거 어때?
“응, 좋은 생각이야.”
‘민하랑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라고 적은 책을 곱게 포장해서 민하손에 들려줬다. 선물할 데가 있을지 몰라 미리 한 권 사둔게 쓸모가 있군. 내 책 속에는 민하의 이야기도 두둑하니까, 카피바라 스티커만큼은 아니더라도 수빈이가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바라며,
이렇게 오늘 하루도 아슬아슬하게 시작한다. 하루도 밍밍한 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