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줄게
과분한 오늘 하루에게.
네가 할머니가 된다면 추구할 수 있는 즐거움이 많지 않을 거야. 스마트폰이나 TV를 조금만 봐도 눈이 침침 할 테지. 빠릿빠릿하게 게임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음식을 많이 먹지도, 씹지도 못할 게 뻔해. 허리가 아파 장거리 운전이 힘들고 오래 걷기도 힘들 거야. 비행기도 오래 못 탈 것이고 몸을 치장하는 재미를 느끼기 어려울 거야. 밤을 새워 놀지 못하고, 음악을 크게 틀고 드라이브를 하거나 하루 종일 맛집투어에 시간과 돈을 쓸 기운도 남아있지 않겠지. 그렇다면 할머니가 되면 무슨 재미로 살게 될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어쩌면 생각하는 뇌만큼은 가장 활발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거동이 어려운 상태로 병상에 누워 계실 때에도 기억만은 또렷하셨거든. 쌓아 온 경험이 많고 떠올릴 기억이 많고 아는 것도 많고 아는 사람도 많고 많은 이들의 형편을 알고 가족도 많이 늘어났을테고... 몸과는 반대로 뇌가 활발해진 할머니는 어디서 즐거움을 찾아야 할까?
아마도 나는
주는 것에서 즐거움에 찾아야 할 것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후원해 주거나 나의 지혜를 나눠 주거나 용돈을 주거나 요리를 좀 해 주거나 사람을 좀 소개해 주거나 내 집 공간을 좀 내주거나. 내가 준 것을 받고 행복해 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즐거울 테지.
그러다 가끔은 줄 것이 없을 때,
힘없는 손으로 그림도 그리고 색칠도 하고,
글도 쓰고 오디오북을 듣기도 하면서 살겠지.
젊었을 때, 혈기왕성할 때 쓴 글을 읽고
그때 찍은 사진과 영상들을 꺼내보며 눈물을 글썽일지도 모르겠다. 그리운 과거에 시간이 멈춘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푸릇하고 생기 넘치던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전 재산을 다 바칠 수 있다고, 단 하루 만이라도 젊은이로 살면 좋겠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그러던 어느 날,
진짜 과거로 사람을 되돌리는 초능력을 가진 귀인을 만나 전 재산을 다 바쳐 바꾼 날이
어쩌면 오늘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