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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bills에서

by 새이버링

그날 bills에 도착했을 때의 나는 지금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새로운 무대에 주저 없이 자리를 깔았다. 그건 외로움이 아닌 고독함이었는데 영감은 늘 고독의 편에 섰다. 영감은 혼자 앉은 나를 웃게 했고 점점 이 시간을 사랑하게 만들었다. 기록하지 않으면 수증기처럼 증발해 버릴 것을 직감했다. 사진이 현실과 다른 것과, 글을 썼는데 어휘가 모자란 내 삶을 감각하고 한탄했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읽어야 했다. 번쩍하고 떠오른 영감을 읽어줄 적확한 어휘들을 밀어 넣었다. 떠오르는 영감들을 중얼이느라 15km를 걸어도 발걸음이 솜사탕 같았다. 그 흘러넘치는 기쁨을 글로 주워 담기도 전에 뜨거운 노을이 전부 다 삼켜 버렸다. 그래서 남은 건 어쩌다 얻어걸린 우연한 사진 밖에 없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bills에 속한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사진이 참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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