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는 말로는 부족해서

by 새이버링

8년째 다니는 단골 미용실이 있다. 동네 미용실보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선결제를 해두면 15-20% 정도 할인이 된다. 뭣보다 좋은 것은 담당 원장님이 앞머리 한 가닥까지 거슬리는 것을 못 참는 내 예민함을 알기에 갈 때마다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단골 미용실에 정착하기 전까지 동네 미용실에서는 펌이나 염색을 하고 나서 모발이 상할 수 있으니 추가비용이 드는 클리닉을 권했다. 하지만 단골 미용실에서는 모든 시술에 클리닉이 당연히 포함돼 있다. 둘째 출산 후 급격하게 늘어난 흰머리를 감추기 위해 5주에 한 번은 미용실에 가는데 쾌적한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미용실에 갈 때마다 나는 쉬러 가는 기분이 든다. 머리에 약을 바르고 기다리는 시간도 미용실 밖을 나설 때 예뻐져 있을 나 자신을 기대하느라 고되지 않다.


어느 날이었다. 내가 예약한 시간에 유독 손님이 많았다. 원장님의 손길이 바빴다. 나는 갈 때마다 신데렐라처럼 신속한 시술을 부탁하곤 했다. 빠듯한 점심시간을 이용해 방문하거나 아이의 학원시간에 걸쳐 시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미용실에 긴 시간을 들일 물리적 형편이 되지 않아 그날도 원장님이 나를 먼저 봐주지 않아 아이를 데리러 가는 시간이 넘을까 봐 초조했다. 그런데 내 옆에는 초조함을 넘어 성이 난 고객이 있었다. 그녀는 원장님을 향해 대놓고 화를 냈는데, 그 방식이 무척 모질었다.

"아니, 언제까지 만지작만지작만 하고 있을 거냐고, 지금 시간이 계속 가는데."


원장님을 보조하는 직원이 다른 시술로 바쁜 원장님을 기다리는 동안 그 고객을 최대한 성의껏 응대하는 중이었는데 그게 애가 타고 답답했던 모양이다. 바로 옆에서 하소연을 엿들은 나는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다.

'아무리 기다리는 게 힘들다고 해도 그렇지, 저렇게 까지 원장님 쳐다보며 대놓고 화를 내면 보조 직원은 얼마나 민망하겠어, 또 나같이 기다리는 다른 고객의 귀도 있는데... 원장님이 진짜 속상하시겠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초조함을 애써 누르며 모른 채 했다. 그 일이 있고 몇 달 뒤, 염색을 하러 미용실에 방문했을 때 내 머리에 변함없이 정성을 들여주는 원장님을 향해 그날 일을 떠올리며 조금은 뜬금없는 고백을 했다.


"원장님, 제가 미용실 오는 게 즐거울 수 있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예상치 못한 내 감사에 어쩔 줄을 모르는 원장님의 미소가 반가웠다. 나는 그 미소 덕분에 내가 앞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받게 될 거라 자신했다. 누군가의 배려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 노력을 칭찬하고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늘 훈련한다. 그냥 고맙다는 말에 조금 더 감동을 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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