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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혼자 살아요?

혼자 산 적이 없는 엄마의 고백 쯤

by 새이버링

가끔 젊은 직원들과 식사를 할 때 이게 가장 궁금하다.


“지금 혼자 살아요?”

부모님과 산다고 하면 그냥 끄덕끄덕 내가 아는 삶을 상상하고는 마음을 돌리지만 혼자 산다고 하면 그때부터 눈빛에 생기가 돈다.

“어때요? 혼자 살면 좋아요? 집은 어떻게 하고 살아요?”

내가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다. 결혼해서 아이들과 사는 이 삶에 오기까지 혼자 사는 삶을 ‘skip'했다는 아쉬움과 미련이 있다.


혼자 산 적이 한 번도 없는 나는 가끔 혼자 산다면 어떤 기분일까를 상상하곤 했다.


아침에 조깅을 하고 커피를 내린다. 오늘 아침을 위해 준비한 <코너베이크숍>의 바나나브레드를 작게 슬라이스 한다. 그리고 아침 햇살을 관찰하면서 텅 빈 거실을 바라본다. 적막이 클래식처럼 흐른다. 방금 내린 향긋한 커피 한 모금을 삼키고 바나나브레드 한 조각을 음미한다. 작게 열린 창으로 들어온 아침 공기에 커튼이 흔들리는 것을 관찰한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뒤 아이들이 깨어나면 클래식 같던 적막은 빅뱅과 아이브의 리듬에 잡아 먹힌다. 혼자 사는 상상은 멀티버스 저 어딘가로 사라지며 혼자 사는 여성에서 엄마로 내 정체성이 빠르게 쉬프트 한다. 아침식사를 차리느라 음식 냄새가 커피 향을 흡수한다. 쉬었던 뇌가 풀가동을 시작하고 ‘주말에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 ‘주말에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이 우선순위 맨 앞에 놓인다. ‘잠은 죽으면 실컷 잘 것이고, 혼자 있는 시간은 5년만 지나도 실컷 누리게 될 거란 사실’을 잘 아니까. 내 삶에 잠깐 찾아온 선물 같은 아이들이 잠든 아침을 서둘러 맞이하고 함께인 시간을 흠뻑 감사한다.


그러다 다시 혼자가 되면 나는 혼자 사는 사람인 척하는 호사를 누린다. 외로움과 고독함 그 어딘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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