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
얼마 전 회사에서 바쁘게 일을 하다 낯선 이로부터 문자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안녕하세요. 0000 차주 맞으시죠?
아까 1시쯤 도서관 주차장에서 옆에 있던 제 차를 문콕하고 가신 거 차 안에서 다 봤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가시는 태도에 굉장히 불쾌하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이런 식이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민폐입니다. 기본적인 주의는 하셨으면 좋겠네요.“
문자를 보고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나는 오늘 주차 후 차에서 내릴 때 옆 차와 간격이 좁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분명 조심히 내렸다. 그 사실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차에 타고 있던 사람이 내가 문콕을 했다며 내 차에 적힌 내 연락처로 문자를 보낸 것이다. 낯선 이에게 문자로 받는 충고는 달갑지 않았고 조금은 화가 났다. 답장을 해야 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문득 어제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사과를 하고, 그녀의 관점에 공감해 줌으로써 나는 그녀의 사과를 얻고 그녀는 나의 관점에 공감해 주었다. 나는 내 감정을 통제할 수 있었다는 데 만족감을 느꼈다. 그 만족감은 모욕을 친절로 되갚은 데서 오는 것이기도 했다. 그녀에게 저리 가서 강에 뛰어들어 버리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녀로 하여금 나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데서 훨씬 더 진정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9장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
나는 생각했다.
‘만약 여기서 내가 이 사람에게 문콕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거나 적대적인 말투로 말한다면 그런 메시지를 쓰는 내 마음이 분노로 적셔질 것이고 기분 나쁜 글을 쓰느라 내 귀한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상대는 이미 불쾌한 감정을 내게 내비쳤는데 내가 거기에 대고 유감을 표한다면 내 연락처를 알고 있는 상대가 내게 해코지를 할지도 모르는 일이며 그런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감정을 소모할 것이다. 최소한 내가 어제 책에서 배운 대로 실천한다면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정성 들여 메시지를 써 보냈다.
“안녕하세요. 먼저 불쾌하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중앙도서관 주차장 간격이 좁아서 저도 늘 내릴 때마다 주의하는데요. 조심한다고 했는데 불쾌감을 느끼셨다니 정말 죄송합니다. 혹시 차량에 파손이 있다거나 하시면 알려주십시오. 앞으로는 내릴 때 각별히 신경 쓰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는 책에서 배운 대로 상대가 우위에서 내게 자비를 베푸는 마음이 들게 하려고 덧붙인 말이었다. 상대가 오죽하면 나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을까 깊이 공감하려고 애쓰며 썼다. 나는 괜한 분노는 마음속으로 쑤셔 넣고 그저 누군지 모르는 이 사람에게 최대한 정중하려고 노력했다. 이 메시지는 내 감정을 스스로 통제한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이런 답장을 받았다.
“말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앞으로도 안전하게 이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이후로 답을 하진 않았다. 상대방도 이후로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한 번의 메시지 발송으로 내게 일어날 수 있는 불쾌한 일을 막을 수 있었다. 상대는 불쾌함을 참지 못하고 내게 메시지를 보냈겠지만 나의 답장에 마음이 누그러진 것 같았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한 나 자신에게 조용한 박수를 보냈다. 이건 모두 하루 전 읽었던 책 덕분이다. 책 속 카네기 선생님이 오늘의 내 시간과 감정을 구했다. 책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한 사람을 구하기도 한다는 것을, 그것이 내가 독서에 집착하는 이유다. 읽은 만큼 내가 더 괜찮을 사람이 될 것 같아서.
*오늘 읽은 멋진 글을 <오늘 들은 가장 멋진 말>브런치북에 부록으로 게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