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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e Sep 06. 2023

사라지고 싶다

 그녀는 요 며칠 아프다. 아이들의 학기가 시작함과 동시에 갑자기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졌다. 그렇지만 낮기온은 높아서 아직도 에어컨을 빵빵하게 튼다. 그녀의 동료가 오지 않는 날에 그녀는 에어컨을 끈다(그녀의 방에 온도계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큰 아이가 감기가 걸렸고 둘째가 그다음엔 남의 나라 편이 걸리고 마침내 그녀가 걸렸다. 지난 금요일 과외를 하기 위해,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너무 추웠다. 그때부터 오한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주말은 잘 넘어갔다. 휴일이었던 월요일(미국의 근로자의 날), 그녀는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하지만 한국시각으로 진행되는 과외를 하기 위해 사무실에 갔다(집은 너무 시끄럽다. 애들도 있고, 남의 편도 있고, 남의 편의 부모님도 있다). 오는 길에 걷기가 너무 힘들어 길에 주저앉아 남의 편을 불렀다.


 저녁도 그녀의 몫이었다. 힘든데도 아픈데도 아직 아프다는 남의 편 때문에 그녀는 치킨너겟을 만들었다. 애들이 빨리 자기를 바랐다. 그건 그녀의 바람이었을 뿐이다. 아이들은 태블릿을 하느라 시끄러워졌다. 결국 10시가 넘어서야 아이들을 자러 갔다. 그녀도 드디어 잘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밤새 내내 그녀는 앓았다. 2시간마다 깼다. 화장실을 들락날락, 코를 흥흥, 잠긴 목을 다시 가다듬었다. 앓다가도 새벽에 수업을 위해 일어났다. 너무 몸이 아파 학부모에게 양해를 구하고 10분 일찍 끝냈다.


 ‘오늘은 재택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그녀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출근해야 할 남의 나라 편 어머니의 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부랴부랴 일어나, 회사에 갈 준비를 했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남의 편은 말했다. “엄마 수요일 금요일에도 출근 안 한데”


뭐라고?


그녀는 회사로 향했다. 감기 바이러스를 퍼뜨리지 않게 그녀의 사무실에 머물렀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 건가? 인사부에서 코로나 공문을 보냈다. 혹시 몰라 그녀는 집이 아닌 집으로 왔다.


 그녀는 누구의 엄마도 아니고 누구의 아내도 아니었으면 한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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