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09
토요일이다. 작정했던 전시와 예매해 둔 공연이 있어 뿌듯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간신히 좌석 두 개를 잡은 공연을 보지 못했다.
아침을 해 먹고 동대문 시장 안쪽 예전엔 여관촌였을 게 분명한 한 깊은 골목에 자리 잡은 <시대여관>에서 올해 로에베 공예상을 수상한 허상욱 도예가의 <분청 블루스> 전시를 보았다. 작품은 힘 있고 좋았다. 전시를 보고 배가 고파 눈에 보이는 대로 분식점에 들어갔는데 아주 정갈한 곳이라 마음에 들었다.
기분 좋게 김밥, 라면 떡볶이를 먹고 동대입구역까지 걸었다. 시계를 보니 3시 30분. 공연 시간까지 한 시간 반이 남아 카피 빈에 들어가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4시 30분쯤 갑자기 남편이 혹시 공연이 3시 시작 아니냐 물었다. 나는 자신 있게 ‘아냐’라고 답하며 예약 정보를 찾아보니 5시가 아니라 15시였다. 하! 탄식이 절로 나왔다.
어렵게 예매한 서도밴드 공연였는데 시간을 착각하여 결국 티켓을 날렸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장충동에서 낙산공원 <책읽는 고양이>까지 걸었다. 덥고 습해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다. 책읽는 고양이엔 마침 조선희 선생님께서 계셨다. 걷게 된 사연을 들으시더니 바로,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거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난 이 말에 신기하게도 위로를 받았다. 선생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일어섰고 여기서 다시 집까지 걸었다. 이런 나를 위로하기라도 하듯 집에 가는 길 골목에 오천 원짜리 지폐가 놓여있었다.
오늘은 내가 본격적으로 나이가 들고 있다는 신호를 받은 날. 알았으니 잘 대비해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