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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와 상관없는 휴대폰 분실 썰

2022.08.11

압구정 펠든 크라이스 무브에 도착했는데 내가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오기 전에 압구정 맥도널드에서 커피를 마시며 휴대폰을 했고 이동하는 동안 하지 않았으니 휴대폰 분실 지점은 맥도널드였다. 매장에 전화를 해서 확인했지만 없다고 했다.


별 수 없이 마음을 가다듬고 운동을 하던 중 음료를 먹고 쟁반을 정리하는데 평소와 달리 쟁반에서 종이가 잘 떨어졌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보통은 쟁반에 깔개용 종이가 붙어 이것을 쟁반에서 떼어내느라 손을 한번 썼는데 오늘은 종이가 휘리릭 잘 떨어졌다는 사소한 차이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난 쟁반에 휴대폰을 둔 채로 쓰레기를 정리한 것이고 휴대폰은 쓰레기봉투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하다 벌떡 일어나 매장으로 갔다. 매장 매니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흔히 있는 일이라는 듯 내게 전화번호를 물었다. 전화기를 진동으로 해뒀다고 하니 그래도 진동이 울린다며 내 폰에 전화를 걸고 여러 개의 쓰레기봉투를 스캔하듯 움직이다 멈췄고 그 손엔 내 폰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환한 얼굴로 “전화기가 종이 사이에 있어 묻은 것은 없다”며 냅킨에 싸서 내 폰을 돌려줬다.


휴대폰은 분실한 30분 동안 휴대폰 분실로 일어날 일을 생각하니 끔찍했는데 천만다행이었다.

고마운 마음을 안고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가 휴대폰을 잠시 잃어버렸던 매장 근처 도로에 엎어져있는 휴대폰을 발견했다. 어쩔까 10초쯤 고민하다 휴대폰을 집어 들고 전화가 오기를 기다렸다. 역시 1분이 채 안되어 주운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고 내가 주워서 들고 있으니 걱정 말고 와서 가져가라고 했다. 그리고 2-3분쯤 후 휴대폰 주인이 나타나 고맙다며 물을 한 병 주며 휴대폰을 가져갔다. 그도 아주 잠깐이었겠지만 나처럼 휴대폰 분실로 벌어질 여러 불편한 일을 상상했을 것이고 나처럼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그에게도 내게도 천만다행인 하루다.


귀갓길에 청주 강연을 다녀오는 남편을 압구정역에서 만나 같이 왔다. 동네 곰장어 집에서 곰장어 3인분과 볶음밥 여기에 소주 4병을 마셨다. 제정신이 아니다. 같이 살기 시작한 지 곧 만 10년인데 우리는 아직도 서로를 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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