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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한 끼는 같은 무게로 소중하다

2022.08.29


페이스북에서 한 그룹의 멤버로 가입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자신의 일정에 맞춰 모여서 음식을 만들고 그 음식을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으신 분(대체로 노인)들에게 나눠주는 게 전부인 가톨릭 수녀님들께서 운영하시는 사회복지재단이다. 남편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짬나는 대로 나가 잠깐 일을 거들었는데 나는 어제 처음 나갔다.  (일손이 부족하단 공지가 전날 떴다)


아침 8시 30분에 모여 간단하게 이 모임 행동과 마음 수칙을 담은 기도문을 읽고 주방에 내려가 수녀님과 일을 거드는 여사님 지시에 따라 재료를 썰고 조리하고 설거지를 한다. 만든 음식을 포장하여 댁으로 가져다 드리면 된다. 오늘 처음 참석한 나는 설거지를 하기로 스스로 역할을 부여했다. 그런데 모든 물건이 커서 보통 설거지와는 매우 달랐다.


음식은 견과류 조림, 조기구이, 미역초무침였다. 방문하는 댁에 생일을 맞으신 분께는 선물도 챙기고 방문할 가정의 특성에 따라 쓰레기를 내려놓거나 작은 심부름을 듣고 해결해드리기도 한다.


방문한 가정에는 주로 연세가 많은 할머니들께서 계셨다. 음식을 전달하니 이분들은 모두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네셨다. 월요일과 목요일에 이 활동이 진행되니 아마도 이 분들은 받으신 음식을 3일 동안의 반찬으로 드시는 모양이다. 우리 밥상에 흔하게 오르고 내리고 남으면 쉽게 버려지는 음식이지만 신체적이나 경제적인 문제로 만들어 드시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눈으로 보지 않으면 믿지 못해 네 작은 손길을 보태지 못한 게 참 미안하다.


오전 동안 도시락을 배달하고 그 동네의 아랫마을로 내려와 해물탕으로 점심을 먹고 너무 피곤해 낮잠을 조금 잤더니 저녁, 로사 선생님께 배운 채소 리조토를 해 먹고 연극 <이카이노 바이크>를 보고 귀가했더니 다시 배가 고팠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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