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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맛있는 비건 식사 한 끼

2022.09.22

가을, 겨울엔 로사 선생님 요리 수업을 쉬기로 했다. 파스타 수업 1년을 마쳤고, 책을 읽는 <음식과 요리> 수업은 봄에 시작하는 게 좋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평소 듣고 싶던 비건 요리 수업에 공석이 생겼다는 공지를 보았다. 너무 기뻐서 냉큼 신청했다. 심지어 스튜디오가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계동에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드디어 듣고 싶던 수업의 첫날이다. 강사는 <하루 한 끼 비건 집밥>의 저자인 요리연구가 이윤서 씨다. 부부가 운영하는 그의 스튜디오는 <뿌리 온 더 플레이트, ppuri on the plate>는 오래된 나무로 된 가구와 그릇 그리고 소품이 많아 아주 편안한 분위기를 냈다. 약간 터프한 느낌, 꾸밈없는 목소리의 선생님도 좋았다. 내가 듣는 수업은 마크로비오틱에 기초한 가을 섭생 과정이다. 몇 년 전에 마크로비오틱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강사가 요리와 음식을 너무 신성시하며 경건하게 대하고 무엇보다 시연 후 음식을 너무너무 적게 줘서(3인분 쯤 해서 8인에게 줬다) 마음이 상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마크로비오틱을 가르치는 사람에게 역간 거부감을 갖게 되었는데 이윤서 선생님은 그렇지 않았다.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은 편안했고 내용은 알찼다.


그리하여 배운 음식은 무화과 연근 튀김 샐러드, 단호박 샌드위치, 미네스트로네(채소수프)다. 하나같이 만들기가 어렵지 않았고 맛도 좋았다. 특히 이탈리안 수프인 미네스트로네는 보통 고기와 버터와 치킨 스톡을 넣어 끓이지만 선생님의 방식은  렌틸콩을 넣고 토마토 양도 적게 한 맑은 채소 수프의 형식을 뗬다. 한 숟갈 떠서 입에 넣는 순간 온몸이 따듯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쌀쌀한 날 몸도 마음도 따듯하게 하기에 충분한 음식였다.


요리 수업을 뭐 그리 많이 오래 다니냐 묻는 사람도 있는데 이게 다니다 보면 중독성이 있어 끊을 수 없다. 수업이 끝나고 청명한 하늘의 도시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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