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책쓰기 워크숍 수료생의 새로운 책
작가는 자살 생존자다. 동생이 먼저 자살로 생을 마쳤다. 본인 잘못은 아니지만 동생의 죽음 앞엔 늘 아프고 미안 했다. 당연하지만 쉽게 떨치지 못했다. 병석에 있던 아버지를 보내고 동생까지 보낸 작가는 본인 안의 슬픔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 용기를 낸다. 마주하기로.
그리고 죽음에 대해 공부한다. 치열하게. 그가 알아낸 사실은 죽음을 맞이한 후엔 그 죽음에 충분히 깊게 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 역시 동생이 갑자기 죽고 그 죽음을 충분히 애도하지 못했다. 영화 만추를 보다 터진 알 수 없는 긴 울음 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고 한다.
이 책엔 저자의 아버지, 어머니, 동생의 죽음은 물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많은 죽음이 나온다. 그 죽음들을 들여다보다 보면 ‘죽음을 얘기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일’이란 작가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
살면서 죽음을 마주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 역시 아버지가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그가 죽은 후 이십 년이 지난 후에야 할 수 있었다. 그의 자살이 꼭 내 잘못 같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란 사실을 아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
이 책은 쉽게 읽힌다. 죽음을 너무 슬프게 바라보지 않으려는 작가의 태도다. 그러나 쉬운 책은 아니다. 죽음이 어찌 쉽겠는가! 읽다 보면 죽음을 조금 가볍게 바라보려는 나 자신을 느낀다. 책장을 덮을 즈음엔 밥상에 앉아 자연스럽게 자신이 바라는 죽음의 모습을 말할 수 있게 되고 부족했던 애도에 눈물을 쏟아낼 수도 있다.
원현정 작가는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기성작가임에도 소행성 책쓰기 워크숍에 등록해 우리와 같이 작업했다. 성실한 태도로 과제도 열심히 하셨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쓰셨다. 원제는 ‘오늘 저녁 메뉴는 죽움입니다’였는데 아무래도 죽음을 표지에 쓰긴 어려웠던 모양이다.
소행성 책쓰기 워크숍 수강생의 책이 아니라도 추천할 만하다. 진지하고 깊은 이야기를 특유의 쉽고 가벼운 필체로 풀어냈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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