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행성 쌔비Savvy Nov 20. 2024

탈출이 필요하다면 방법을 찾아야지

강훈구 작 연출 연극 <로켓캔디>

어떤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작품을 만든다면 그 대상에 대한 철저한 탐색 그리고 진정한 공감이 필요하다. 연극 <로켓 캔디>를 무대에 올린 강훈구 연출은 청소년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듯하다. 연극이 끝나고 관객과 인사를 나누던 강 연출께 “연출님은 청소년기를 아주 찐하고 쎄게 겪었나 봐요?“ 하고 물었더니 ”그런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로켓캔디>는 ‘지구’라는 이름의 17세 청소년 이야기다. 달에 가고 싶은 지구는 자신만의 로켓을 만든다. 이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릴 추진제는 질소와 설탕으로 만든 로켓캔디다. 그러나 지구의 도전은 로켓 캔디의 폭발로 이어지고 지구는 소년원에 수감된다. 이 소년원엔 절도범 혜성, 방화범 우주가 있다. 소년원에서 이들을 감시하고 돕는 이는 버디, 그는 로봇이다.


즉, 이 이야기는 2045년 근미래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20년 후 미래에도 청소년의 삶은 변하지 않을 모양이다. 지구의 엄마는 긍정 버튼으로 아이를 쇠놰하고 소년원의 상담사 윤선생은 바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한다. 지구는 마치 주인공을 빼고는 모두가 연기인 세상 ‘트루먼 쇼’의 트루먼과 다르지 않다.


철저하게 고립된 청소년 지구는 상담 심리에서 활용되는 사이코 드라마 형식을 빌려 표현된다. 매우 낯설지만 거리 두기를 위한 영리한 선택이었다.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어른이나 로봇이나 누구도 지구의 외로움에 손을 내밀지 않으니 지구는 진실로 마음을 열 수 없다.


극 초반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진입하는 단계가 약간 어렵고 지루했지만 중반을 지나며 선명해지고 재미있다. 신선하고 실험적인 연출은 강훈구 연출의 전작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에서도 만났다. 그의 미래는 한국 청소년의 현재다. 쭉 응원해야겠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특히 지구 역의 박은경 배우는 정말 제대로 지구를 알고 표현해 줬다. 류세일, 김보경, 마두영, 이미라, 이승훈 모두 쉽지 않은 캐릭터에 몰입해 즐겁게 연기했다.


하루 딱 관람이 가능한 날이 지정된 기대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보았는데 럭키였다.


강훈구 작 연출

공놀이클럽 작품

정동극장 창작 ing 선정작


박은경 마두영 류세일 이미라 김보경 이승훈 출연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도 삶은 지속된다 연극 <퉁소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