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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감동을 갖춘 이상한 어린이 연극 <오감도>추천

by 소행성 쌔비Savvy


어마어마한 어린이 연극을 보았다. 어른이 어린 관객을 위해 만든 연극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하여 극을 만들고 완성시켜 무대에 올렸다. 아마도 어른들은 아이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살피며 참여하느라 배로 힘들었을 것이다.


이상의 기묘한 시 ‘오감도’를 여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이상한 어린이 연극 <오감도>를 보며 조금 알게 되었다.


‘제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라는 시는 극의 뼈대가 되었다. 여기에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1의 아해부터 13의 아해까지 각자가 가진 무서움과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다.


학교와 집을 무서워하는 마음엔 내 깊은 속 짠함이 올라왔다. 아이돌이나 AI도 무섭고 전쟁과 세월도 무섭다. 극은 매우 진지하고 철학적이며 재미있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교육 현장에서 차용해도 좋을 것 같다.


대부분의 관객이 어린이인 만큼 리액션이 무척 좋아 어른인 나까지 편하고 기분 좋게 관람하게 만들었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 내 뒤에 앉은 어린이 관객은 ‘한 시간 20분이면 연극하는 어린이 얼마나 쉬 마려울까?’라고 부모에게 질문했고 부모는 물이나 음료를 덜 마셔 컨디션 조절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어린 배우들의 연기는 무척 훌륭하고 어른 배우들의 배려는 감동스럽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강추할만한 연극이다. 다만 로비의 소란함에는 어질어질함을 감당해야 한다.


종로구에서 후원하고 공놀이클럽이 기획, 개발하였고 강훈구 작가가 재구성하고 연출을 맡았다. 61회 동아연극상 신개념연극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아이들 극장에서 5월 5일까지 상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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