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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단명소녀 투쟁기>

by 소행성 쌔비Savvy


단명, 명이 짧다. 즉 일찍 죽는다.

대학 입시 시험 당락 여부를 물으러 점쟁이에게 간 수정은 대학은 가지도 못하고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죽을 것이란 말을 듣는다. 죽지 않기 위해선 북망산을 등지고 남으로 죽음을 피해 도망쳐야 한다. 그 길에서 굶주린 강아지 내일을 만나 백설기를 나눠 먹고 죽기 위해 길을 나선 이안을 만나 동행이 된다.


이안과 수정 앞엔 헤쳐 나가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우리 삶이다. 때론 예기치 못한 싸움도 해야 하고 거짓말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당연히 아프고 슬프다. 내게 닥친 죽음을 피해야 한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심지오 오지 않을 죽음도 끌어와야 한다.


현호정 작가의 원작을 오세혁 작가가 각색하고 김광보 연출이 다듬어 경기아트센터 무대에 올렸다. 청소년극의 외피를 입어 언뜻 장난스럽고 쉬워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존재에 대한 질문, 선악에 대한 판단 등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질문을 계속 쏟아낸다. 오세혁 작가는 관객의 혼이 쏙 빠지게 대사를 쏟아내고 하나씩 주워 담으며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옴브레가 음악을 맡아 공연 내내 효과와 분위기를 극대화시킨다. 떡을 나워주고 분위기를 유도하는 마당극과 화려한 연희적 장치를 사용해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다.


공연을 보며 지방도시의 기관에서 연극을 만들어 올리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한정적인 자원으로 그야말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평타 이상의 반응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어려운 일을 경기도극단과 김광보 연출이 해내고 있다. 대단하다.


단명소녀 투쟁기가 더 많은 무대에서 더 많은 방황하는 청춘들을 만나길 기대한다.


현호정 원작

오세혁 각색 @fivethreehyeok

김광보 연출

옴브레, 김솔지 음악

출연/ 연주하, 이은, 육세진, 장정선, 이진혁

김지희, 임미정, 윤재웅, 이충우, 강아림, 채윤희, 황성연, 이슬비, 노민혁, 김성태, 권승록, 김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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