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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저는 왜 암살당했나? 연극 <킬링 시저>

오세혁 작 김정 연출, 양지원 손호준 유승호 출연

by 소행성 쌔비Savvy

킬링시저

셰익스피어의 고전 <줄리어스 시저>가 <킬링 시저>로 재탄생되었다. 연극에선 특히 시저 암살 모의와 암살 당시 만을 촘촘하게 재해석했다. 어떤 악은 죽음만으로 끝낼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연극을 보는 내내 시저는 박정희, 브루터스는 김재규로 오버랩되었다.


로마 공화정의 정점에 선 줄리어스 시저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민중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황제의 자리에 다가간다. 그러나 원로원과 귀족들에게 시저의 존재는 위험 그 자체다. 그를 막지 않으면 로마의 자유가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원로원 의원 브루터스, 카시우스, 그리고 동료들은 시저 암살을 결의한다.


시저 없는 공화국을 꿈꿨던 암살자들은 예상치 못한 현실과 마주한다. 혼란 속에서 민중은 다시 한 명의 지도자를 원하고 시저의 충직한 후계자 안토니우스와 시저의 피를 물려받은 '옥타비아누스'가 새로운 권력 다툼을 시작한다. 암살자들은 혁명을 외쳤지만, 그들이 막으려 했던 새로운 시저가 탄생하고 만 것이다.


극의 암살자들은 이상과 현실, 정치적 명분과 인간적 야망, 그리고 역사의 순환을 파헤치며 묻는다.

"누가 진정한 시저인가?"


연극은 ’ 앤젤스 인 아메리카‘ 무대에 같이 선 양지원 손호준 유승호 배우의 결의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양지원 배우야 뮤지컬 배우로 무대 경험이 많지만 손호준과 유승호 배우의 무대 경험은 아마도 앤젤스 인 아메리카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이 배우들이 무대 맛을 알아버린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오세혁 작가가 시저 암살 부분만 돋보기로 보듯 들여다보고 재해석했다. 그리고 그가 꺼낸 단어는 자유였다. 다소 난해하고 섬뜩한 극을 김정 연출은 한 편의 무용극처럼 아름다운 음악 위에 얹어 그려냈다. 배우들의 열연은 슬프고 코러스의 연기와 움직임엔 비장미가 있다. 특히 양지원 배우의 연기는 눈여겨볼 만하다. 양지원은 카시우스와 안토니우스 1인 2역을 맡았는데 시작과 엔딩에 노래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젊은 배우들의 자칫 건조한 연기는 코러스를 밑은 배우들이 완벽하게 커버한다. 역시 김정 연출은 자기 페이스로 극을 만들어냈다. 비극 연출에 있어선 넘버 원이라 할 만하다.


7월 20일까지 서강대 메리홀에서 한다. 후반에 한 번 더 볼 계획이다.


오세혁 작

김정 연출

채석진 지미세르 음악

권혁 안무

남경식 무대

토브씨어터컴퍼니 기획 제작


양지원 손호준/김준원 유승호

서창호 손지미 권창민 김동원 홍은표 김재형 박창준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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