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일 합작 연극, 정의신 작 연출 <야끼니꾸 드래곤>

자이니치의 슬픔의 역사와 따뜻한 가족애가 주는 감동 드라마

by 소행성 쌔비Savvy


극장에 들어서면 고기 굽는 냄새가 풍기고 장구를 치고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노래하고 춤추는 손님들이 있다. 이곳은 1970 즈음 오사카 지역 재일 한국인들이 모여사는 동네다. 태평양 전쟁에 징용돼 팔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용길은 두 번째 부인 영순과 세 딸과 아들 하나와 ‘야끼니꾸 드래곤’(용길이네 곱창집)을 운영하며 산다. 가족은 근처 돼지 농장에서 버리는 곱창을 가져와 씻어 음식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곳에 낮부터 취한 용길네와 비슷한 처지의 재일 한국인들이 모인다.


재일한국인 정의선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는 ‘야끼니꾸 드래곤’으로 2008년 한일합작으로 초연되었고 한국에선 2011년 공연 후 14년 만에 한일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무대에 올려졌다.


일본 사회에서 ‘영원한 외부자’로 남은 재일 한국인의 처지는 김철의 작가의 ‘함석지붕 위의 플레밍’ ‘창천장단’ ‘이카이노 바이크’ 등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정의신의 ‘야끼니꾸 드래곤’은 김철의 작가의 작품보다 더 안으로 들어가 국적·언어·문화의 경계 속에서 소속감을 잃은 세대의 초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2008년 한·일 합작 초연)에서 고수희 배우를 주목할 만하다. 고수희 배우는 2008년 초연때부터 ‘영순’ 역을 맡았다. 영순 역은 ‘이주·상실·가족’의 이야기 안에서 여성·어머니의 관점으로 재일한국인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이 역은 단지 피해자나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상황에 대응하고 선택하며 살아가는 인물로 설계됨으로써, 재일한국인 서사의 다양성과 깊이를 더한다.


이 작품을 만나 일본에서 공연하며 처음 일본어 공부를 한 고수희 배우는 이후 꾸준히 일본어를 공부해 현재는 ‘나옥희’ 라는 이름으로 일본 희곡을 발굴해 번역하고, 자신의 극단 ‘58번 국도’를 통해 작품화하여 무대에 올린다. 배우가 자연스럽게 창작자가 된 멋진 사례다. 이번 작품에서 부부의 셋째 딸 미카역을 맡아 노래와 웃음의 연기를 선보인 정수연 배우는 바로 58번 국도 소속 배우이다.


탄탄한 드라마와 한일배우들의 화합의 연기, 웃음과 눈물을 만들어 애는 다양한 장치가 매우 좋아 신파극임에도 촌스럽지 않았다. 특히 수미쌍관의 구성과 슬프지만 아름다운 벚꽃 엔딩은 두고두고 기억될 만하다.


정의신 작 연출

이영석 고수희 박수영 김문식 정수연 치바테츠야 무라카와에리 지순 사투라이아키요시 박승철 최재철 기타노히데키 마츠나가레이코 출연.


#연극 #연극리뷰 #야끼니꾸드래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연극 <에쿠우스>의 상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