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시뮬라시옹>
연극 <시뮬라시옹>은 인공지능이다. 시뮬라시옹이 데이터를 통해 과거를 구현하면 사용자는 ’ 비전 글라스‘를 쓰고 제공한 데이터에 의해 구현된 대상을 만나게 된다. 사용자는 먼저 떠난 반려견을 재현하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죽은 아내를 복원하기도 한다. 제공된 데이터에 따라 사용자가 얻게 되는 기억이 결정된다.
놀이공원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선욱은 비행기 사고로 갑자기 죽은 아내를 시뮬라시옹을 통해 복원한다. 처음에 선욱이 제공한 데이터는 가장 일차원적인 데이터다. 이를테면 결혼사진이나 기념 앨범 같은. 이를 통해 복원된 아내는 발랄함만 구현된다. 아내의 내면이 기록된 일기나 오래된 휴대폰이 데이터로 제공되자 180도 다른 아내가 복원되었다. 이 과정에서 선욱은 극심한 혼란을 겪는다.
작품은 실재하는 세상과 데이터로 인해 구현되는 세상의 괴리를 말하며 인간관계를 더 깊게 들여다보게 했다. 교류했다고 믿었던 감정은 자신의 기억에 의해 왜곡되기 마련이다. 이 왜곡된 기억을 굳이 끄집어내야 할까? 초연 때보다 더 많은 생각을 가지게 했다. 무대와 영상은 업그레이드되었고, 여유 있는 동선으로 생각할 틈도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쿼드의 음향은 노이즈가 너무 심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초연과 재연 사이에 현실의 인공지능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연극이 전달하려는 이야기는 곧 현실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 생각하니 머릿속이 아주 복잡해졌다.
창작공장 콤마앤드 작품
최양현 작
이태린 연출
송철호 신사랑 유연 안창현 송예준 임지영 출연
#연극 #시뮬라시옹 #연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