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웅 연출표 맥베스 연극 <칼로 막베스>

마방진 20주년 기념작

by 소행성 쌔비Savvy


고선웅이 각색, 연출한 〈칼로 막베스〉는 Macbeth를 한국적 정서와 광대극적 형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미래, 강력범과 무정부주의자들이 뒤섞인 무법지대 수용소 세렝게티베이. 경찰정부는 칼과 죄수복을 나누어 주고, 죽고 죽이는 세계를 만든다. 칼로 마구 베는 세계다.

전쟁에서 승리한 스포틀랜드의 전사 막베스와 방커는, 백일몽 속에서 맹인술사의 예언을 듣고, 흔들리기 시작한다. 예언은 욕망을 깨우고, 충성은 의심으로, 질서는 폭력으로 뒤바뀐다. 막베스의 아내는 남편을 부추겨 당컨 보스의 살해를 종용하고, 마침내 막베스는 보스가 된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 친구인 방커를 죽이지만, 곧 유령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불안과 공포에 떤다. 막베스의 아내 또한 깊은 죄책감 속에서 몽유병에 걸린다. 점점 잔인해진 막베스는 맥다프의 처자까지 살해하며 폭정을 일삼고, 끝내 막베스의 아내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마침내 맥다프와 말콤이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와 막베스를 죽인다. 그러나 총을 든 새로운 죄수들이 등장해 남은 이들마저 모두 쏘아 죽이며, 세렝게티베이는 다시 한 번 끝없는 폭력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다.

바야흐로 막쏴스의 시대가 열린다.


이 작품은 2011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을 휩쓴 작품이라고 극중에서 설명할 만큼 유머가 있는 작품이다. 빠른 장면 전환, 과장된 신체성, 전통 연희를 연상시키는 음악과 몸짓, 그리고 비극을 해학으로 비틀어내는 리듬감으로 시종 재미와 긴장감을 동시에 준다.


인물의 심리를 설명하기보다 배우의 에너지와 합으로 밀어붙이며, 피의 역사조차 웃음과 광기로 증폭시킨다. 무대는 비어 있으되 배우의 움직임과 소리로 공간을 채우는 방식이 역시 마방진의 힘을 느끼게 한다. 언어 중심의 세익스피어 비극을 집단적 몸의 서사로 치환한 것이다.


맥베스 부인 역에 남자 배우를 캐스팅한 선택은 젠더의 경계를 허물어 욕망의 본질을 부각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창극 배우 김준수의 여성 연기는 살로메, 패왕별희에 이어 세 번째 인듯하다. 맥베스 부인은 전통적으로 ‘악녀’ 혹은 야망의 화신으로 소비되어 왔는데, 남성 배우의 신체를 통해 구현될 때 그 인물은 성별을 넘어선 추상적 욕망의 형상으로 읽힌다. 동시에 관객은 낯섦을 통해 인물의 폭력성과 비인간성을 더 선명하게 인지하게 된다. 이는 권력 욕망이 특정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일반의 본성임을 환기하는 연출적 선언처럼 다가온다.


〈칼로 막베스〉는 비극을 정통으로 재현하기보다, 피와 웃음이 뒤섞인 광대극의 형식으로 권력의 허망함을 드러낸다. 고선웅 특유의 과감한 재해석은 원작의 비극성을 훼손하기보다, 오히려 동시대적 감각으로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역시 마방진 다운 작품이다. 음악과 배우들의 움직임도 주목해 보시길. 무엇보다 매력적인 커튼콜 인사까지. 김호산과 장재호 배우는 도대체 몸을 어떻게 관리하는걸까?


마방진 20주년 기념 첫 작품이다.


고선웅 각색 연출

김호산 @actor_hossaboo

김준수 @jun_______s

김세경 장재호 @jaeho2341 양서빈 김도완

전채형 임진구 홍준기 김동지 고영찬 윤건일

김해양 최지영 박한빈 출연

극연구소 마방진 @mabangzen_theatre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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