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인간을 어디까지 악하게 만들 것인가?

연극 <멕베스 리포트 쇼> , 극단 바바서커스 작품

by 소행성 쌔비Savvy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가 세 마녀의 예언에 홀려 왕을 살해하고 왕좌에 오르며 시작된다. 왕이 된 그는 권력을 지키려 친구 뱅코와 귀족 맥더프의 가족까지 잔인하게 제거한다. 남편의 욕망을 부추긴 맥베스 부인은 죄의식으로 몽유병에 시달리다 스스로 무너지고, 맥베스 역시 편집증과 환영 속에서 고립되어 결국 맥더프의 칼에 쓰러진다.


작품은 야망의 자기 파괴성을 이야기한다. 맥베스는 처음부터 악인이 아니다. 그는 용감하고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바로 그 지점이 이 비극을 더 서늘하게 만든다. 욕망은 외부에서 침입하지 않는다. 이미 내부에 잠들어 있다가, 작은 예언 하나에 깨어난다. 권력을 잡는 순간부터 그는 잠을 잃고, 신뢰를 잃고, 마침내 자기 자신을 잃는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에서 ‘얻음’과 ‘잃음’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왕관을 쓰는 바로 그 손이 이미 썩기 시작한다. 4백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이야기가 유효한 이유는, 권력욕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너무 정확하게 포착했기 때문이다.​​​​​​​​​​​​​​​​


이런 전형성을 띤 고전 맥베스가 창의적이며 실험적인 극단 바바서커스에 의해 각색되었다. 침팬지와 인간이 별로 다르지 않은 종족임을 전제하며 권력을 향한 욕망을 신체를 적극 사용하며 표현한다.


극 진행 중에 셔터 소리 없이 촬영도 가능하고 편하게 리액션을 하라고 하더니 급기야 극 후반엔 배우 별로 관객을 그룹화하여 ‘당신이 최고 권력자가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하고 나온 답들을 발표했다. 전쟁을 멈추겠다는 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024년부터 극단 비바서커스의 창작진과 배우들이 스터디, 워크숍을 하며 발전시킨 작품이다. 맥베스를 지금 무대에 올린다면 어느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도전이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기존 스토리를 유지하며 인물을 비틀고 과장했다. 움직임도 그랬다. 이런 시도를 해주는 극단이 고맙고 소중한 극단이다.


재창작, 연출 이은진

공동연출 심재욱

움직임 임진

무대 Shine-Od

조명 이윤서


출연/ 최주현 심안나 장환석 신유승 김어진 임휘진 박성민 이상훈 최우종 김보나 @bona0405 백승연 권혁진 현윤섭 현태섭


기획 제작 극단 바바서커스 @babacircus_theater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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