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행성 쌔비Savvy Nov 13. 2015

도쿄 2박3일 츠타야 여행

책대신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파는 서점, 츠타야TSUTAYA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츠타야 가전 

문화를 파는 다이칸야마 T-site 



가끔 일본에 갈때면 특히 서점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7~8년 전도쿄에 갔을 때는 기노쿠니아를 비롯해 특색있는 작은 서점 몇 개를 돌았다. 책에 관심이 없더라도 일본의서점에 가면 그냥 책이 사고 싶어진다.

이번 여행은 다른 무엇도 아닌 츠타야라는 서점에 꽂혀서 시작되었다. 우리부부에게 여행은 대체로 우리 애니버서리 주간인 5월 말에 이루어지나 이번엔 좀 충동적이었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책을 만드는 나는 요즘 책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하고 있었고, 그 해답을 일본의 서점에서 찾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던 것 같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일본으로 떠나는 그날까지 아니, 일본에 도착한 이후에도 우리가 가야할 서점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몰랐다. 그저, 다이칸야마(大宮山)에 있는 츠타야(TSUTAYA) T-site와 후타코타마가와(二子玉川) rise 쇼핑몰에 있는 츠탸야 가전에 가고 싶다는 것 밖에는. 그나마도 도쿄에 도착해 만사가 귀찮아진 우리는 두 곳 중 우선 순위를 정해 한 곳만 가자고 의견 일치를 보기에 이르렀다. 


첫째 날은 새벽부터 서둘러서 인지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곯아 떨어져 저녁 나절이 되어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숙소 근처인 롯본기를 산책하고 저녁을 먹고 다음 날 열심히 돌자고 의견을 모았다. 


둘째 날, 우린 숙소에서도 조금 거리가 멀고, 도쿄 외곽에 있으나 츠타야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생긴 후타코타마가와 라이즈(rise)쇼핑몰에 위치한 츠타야 가전을 집중적으로 보기로했다. 일단 한 곳이라도 제대로 보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이다. 


후타코타마가와에 있는 츠타야가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후타코타마가와 역과 연계된 넓은 쇼핑몰 1층, 2층에 자리한 츠타야 가전, 이름이 말하듯 가전제품과 라이프 스타일 그리고 여기에 책의 콜라보레이션이 그만이었다. 비교적 성공한 시니어와 교육 수준이 높은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산다는 이 동네엔 그들의 취향을 배려한 듯 츠타야 가전엔 고가의 다양한 가전 제품과 책을 아주 자연스럽게 결합시켰다. 특히 아나로그 정서를 끌어올리려는 듯 넓은 공간에 만년필과 턴테이블 등을 전시, 판매하고 자전거 샵까지 갖추고 있었다. 아나로그 정서에 대한 접근은 종이 책에 대한 접근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츠타야 가전에 들어서면 이곳이 서점인가? 가전 제품 대리점인가?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헷갈린다. 이곳에서 책은 주연이 되기도 하고 조연이 되기도 한다. 고객이 무엇을 보고 원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누가 주연이라 하더라도 조연도 같이 빛이 난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밥짓는 법을 담은 책을 팔기 위해 밥솥이 그 옆에 등장하고, 생선 그릴 안엔 자연스럽게 생선 음식과 관련된 책이 놓여있다. 공기 청정기 옆에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할 애견, 애묘인을 위한 책이 진열되어 있다. 물건이든 책이든 둘 중 하나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사용자의 관심에 따라 주조연은 바뀌게 된다. 

이렇게 자리한 책은 고상하거나 엄숙할 필요가 없다. 독자가 딱 원하는 그만큼만 제안해 주면 된다. 그냥 그곳에 자연스럽게 있어야 하는 것이다. 


생선 그릴 안에 자리잡은 생선 음식 책, 책을 이렇게 팔려야하는보다.


*책은 어떻게 팔려야 하는가?


츠타야 가전에서 얻은 충격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래서 여행 셋째 날, 즉 서울로 돌아오는 날엔 숙소에서도 비교적 가깝고 나리타 공항행 기차를 타기에 좋은 시부야에서 가까운(시부야에서 택시 기본 요금 거리) 다이칸야마 츠타야, T-site를 가기로 전격 결정했다. 다이칸야마츠타야는 그 외관과 구성, 주변 식당 등과의 조화로 이미 도쿄인들에게도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고 근처 브런치 식당은 언제나 줄이 길게 설 정도이다. 

T-site는 총 3개 건물이 하나의 사이트(공원)를 이루고 있었다. 이곳엔 특히 음악과 디자인 건축 여행 관련 책들이 많았다. 음반이있는 음악관에는 스타벅스가, 건축과 디자인 관련 서적이 있는 곳에는 멋진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서점 안에 자리 잡은 것도 매력적이었다. 책을 사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책을 읽고, 책이 있는 분위기에 젖으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대부분 츠타야엔 스타벅스가 입점해있다. 심지어 최근 리뉴얼한 츠탸야 시부야에는 간단한 식사와 술을 파는 Book & café 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더 이상 ‘책은 이런 것이다. 그러니 당신들은 책을 이렇게 읽어줘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독자에게강요하지 않음을 뜻한다. 그들의 삶 여기 저기에 아주 자연스럽게 파고들어 책의 존재 자체가 생활 속에 스며들도록 하여야 한다. 츠타야와 스타벅스의 조합으로 츠타야를 드나든 사람들은 커피 향이 있는 공간에선 책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츠타야 곳곳에는 앉은 자리가 많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곳에 앉아 책을 읽는다.


왜 츠타야는 비싼 땅으로 들어갔는가?


내가 가 본, 요즘 주목을 받는 두 곳의 츠타야는 모두 일본의 부촌에 해당한다. 땅값이나 임대료가 비싼 곳이다. ‘이런 비싼 동네에 서점을 열면 도대체 책을 얼마나 팔아야 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다이칸야마는 우리로 말하면 성북동쯤 되는 오래된 단독 주택단지이고 후타코 타마가와는 분당 정자동 쯤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츠타야는 굳이 왜 이 비싼 곳으로 갔을까?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롤모델로 삼고 동경하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닮고자 한다. 인생이 잘 진행되고 있는 시니어들이나 동경하는 삶을 사는 사람을 따라 하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욕구이다. 그러면 나도 그들처럼 살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희망도 가질수 있게 될테니까. 이렇게 닮고 싶었던 것이 이전엔 눈에 보이는 명품이었다면 지금은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로 확대되었고, 츠타야는 그 중심에 책을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다이칸야마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는 츠타야, T-site


*그래서 책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지하철을 타면 습관처럼 책을 펴 읽던 일본인들도 이제 책보다는 휴대폰을 더 많이 들여다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나 같이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책에 어떤 역할과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번 여행은 내게 책의 엄숙주의를 경계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책을 만드는 나의 입장이 아니라 책을 필요로 하는 독자의 입장에 서라고 이야기해 줬다. 


<참고로 츠타야는 서점내 촬영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사진 중 두 컷의 츠타야 내부 사진은 제가 몰래 촬영한 것입니다. 따라서 츠타야에 가셔서 저처럼 츠타야 실내에서 촬영을 하시면 안됩니다.>


<2박3일 도코 서점기행> 

1일차/ 8시 10분 비행기로 인천을 출발해 첫날엔 숙소 체크인하고 숙소 근처 롯본기를 배회하고 저녁 먹고 술한잔 마시고 잤음

2일차/ 아침 먹고 시부야로 나가 츠타야 시부야점을 둘러본 후 후타코타마가와 츠타야 가전에서 종일 놀다가 저녁엔 긴자의 꼬치 튀김집 ‘와라지’에서 친구 카즈코 씨와 신나게 먹음

3일차/ 아침 먹고 시부야로 나와 나리타 공항행 나리타익스프레스를 예매하고 택시를 타고 다이칸야마 T-site에 갔다. 나리타 공항에서 6시 10분 비행기 타고 서울로 옴

2인의 경비로, 

왕복 항공료가 대략84만원, 에어비앤비를 통해 구한 매우 교통이 좋은 숙소가 2박에 34만원 그리고 둘이 쇼핑하고 먹는데 대략 80만원 정도를 지출했다.


#여행 #서점여행 #도쿄여행 #츠타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