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만남, 이별주를 비와 같이 마시다
일요일 종일, 비가 내렸다.
비가 내려 살짝 어두운 집에서 나는 게임을 하고 남편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순자도 오랜만에 평안한 표정이다.
순자는 우리 둘이 있으며 늘 우리의 시선 안에 머물며 편하게 잠을 잔다.
나 혼자 있을 땐 덜 편안해 보인다.
정말 오랜만에 길냥이 양오가 밥을 달라며 현관 앞에 앉아 있었다.
양오는 길냥이 인데 벌썬 3년을 넘게 산다.
우리가 이사와 양일이부터 양사까지, 이 냥이들은 불과 두세달 우리 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양오는 제법 오래 밥을 먹었다.
순자가 오고나선 길냥이들에게 밥을 주지 않았는데 양오는 가끔 와서 현관 앞에 처연하게 앉아 밥을 기다린다. 그래서 캔을 하나 따서 줬더니 천천히 먹고 사라졌다.
남편과 둘이 어디에도 나가지 않고 아침과 점심을 해먹고 저녁엔 만두를 구워 술을 마셨다.
이를테면 이별주다. 내일이면 다시 제주로 내려가 2주 정도 더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