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를 잃어버리고 잔소리를 잔뜩 듣고 떠나다
2박3일간 서울에 머물던 남편이 다시 제주로 떠났다.
오후 3시 40분 비행기를 끊어서 오전엔 같이 지냈다.
아침을 차려주고 게으르게 외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남편은 분주하게 카드를 찾고 있었다.
분명 어디엔가 흘린 것이다.
나는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는다. 내 물건이 어디에 놓여있는지도 잘 기억한다. 대단히는 아니지만 비교적 정리정돈을 잘해두고 살기 때문이다.
남편은 그렇지 않다. 남편이 지나간 자리는 흔적이 남는다. 흘리고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우산은 일년에 대여섯 개 정도 잃어버리고 휴대폰도 일년에 두세 차례를 잃어버리고 다시 찾는다.
우리가 연애를 막 시작했을 때도 남편은 술먹고 휴대폰을 잃어버렸고 나는 어렵게 그 휴대폰을 찾아줬다.
그렇잖아도 헤어지는 게 서운한데 남편이 신용카드가 안보인다고 찾는데 성질이 확 나서 잔소를 마구 해댔다.
여기 저기 찾아도 없기에 지난 저녁 신용카드를 사용한 편의점에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남편은 세븐일레븐 성북점에 전화를 걸었고 카드의 행방을 물었으나 없다고 했다.
나는 남편이 전화를 건 편의점이 물건을 산 편의점이 맞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러면 더 속상할 거 같아서 거기까진 묻지 않았다. 결국 집에서 나오며 물건을 샀던 편의점에 가 물으니 신용카드가 그곳에 있다고 했다.
역시 남편은 엉뚱한 편의점에 전화를 걸어 카드의 행방을 물었던 것이다.
카드를 찾고 은행에 들러 볼일을 보고 남편과 조금 더 같이 있을 생각으로 서점에 간다는 남편을 따라 가 책도 한 권 사고 점심으로 즉석 떡볶이를 같이 먹고 헤어졌다.
남편은 김장을 마치고 12월에 제주에 내려와 같이 올라오자고 했지만 그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다시 나는 홀로 남았고 남편은 나를 엄청나게 걱정하며 내려갔다.
난 혼자 있기엔 너무 고독에 익숙하지 않은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