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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곡도마의 아일랜드 상판으로 아름다운 주방 완성

한옥대수선 47일 차_일요일에 진행된 크고 작은 배려

2020.05.03(일) 공사 47일 차

일요일임에도 공사 막바지 현장에선 일이 진행되었다고 요리 수업에 간 내게 남편이 알려왔다.


애초 내일로 계획되었던 주방 아일랜드 상판이  들어왔다. 이로써 붙박이 가구 세팅은 마무리되었다. 사진으로도 알 수 있듯 아일랜드 상판은 매우 특별하다. 이 상판은 회화나무인데, 우리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은곡도마의 것이다. 은곡도마에서 가지고 있는 나무 중 빼어나게 아름다운 회화나무를 은곡 이규석 선생님께서 직접 다듬어 만들어 주셨다.


은곡도마의 ‘은곡’은 이소영 대표 아버님의 호다. 은곡 선생님은 대형 나무 조각을 하시는 나무 조각가시다. 은곡 선생님은 소리도 곧잘하시고 유머도 갖추신 멋쟁이시다. 막내딸 이소영 대표가 결혼하고 손주가 생기자 아이를 위한 작은 가구를 만들어 주셨다. 그리고 이 대표는 아빠에게 아이의 이유식용 도마를 만들어 달라고 했고, 이것이 은곡도마가 시작된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은곡도마는 이제 7살이 된 이소영 대표의 아이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있다.


아름다운 은곡도마와 멋진 은곡 이규석 선생님


이소영 대표와 아일랜드 상판을 논의하며 원래 조리 편의를 위해 계획했던 싱크볼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도저히 아름다운 나무를 파서 싱크볼을 넣을 자신이 없었다. 은곡도마는 국내산 나무를 고집한다. 돈이 생길 때마다 나무를 사서 강원도 은곡 선생님 공방에 두고 계절을 경험하게 하며 시간을 두고  잘 말린다. 나무는 계절 변화에 따라 변형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렇게 시간을 두고 말리니 큰 나무 상판이라도 변형이 적다.


마침 목수님이 현장에 계셔서 은곡 선생님께서 용달로 보내주신 상판을 얹을 수 있었다고 남편이 전했다.

상판이 얹어짐으로써 비로소 주방이 완성되었는데 목수님이 선택한 오크와 티크로 만든 조명과 회화나무 테이블이 너무 잘 어울렸다.


일요일임에도 전기 설비 사장님은 인터폰을 달고 콘센트 위치를 마무리하셨단다.


목수님은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집을 손 봐주셨다. 레일이 낡은 서랍장 레일과 욕실 환풍기를 손봐주셨다. 그냥 두고 나가도 그만이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정성을 들여 지은 우리 부부의 첫 집이기도 하고 이 집에 들어올 사람의 부모로부터 독립 후 살게 되는 첫 집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작은 집을 누렸듯 새 주인도 이 집을 아끼고 누려주었음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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