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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생길 거라는 힘나는 덕담, 현실은 부족한 잔고

한옥대수선 48일 차_끝이 보이고 돈이란 현실에 직면하다

2020.5.05.05(화) 공사 48일 차

이제 정말 끝이 보인다.

오늘은 임정희 목수님이 혼자 작업을 하셨다. 조용한 한옥에서 라디오 볼륨을 작게 하고 집 이곳저곳을 살피시는 것이다. 오후 2시경 현장에 가니 목수님은 마당 화장실의 세면대 설치 작업을 하고 계셨다. 우린 목수님과 두런두런 수다를 떨었고 비용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내려오기 전에 계산을 했더니 역시 예상대로 1천만 원 이상 부족했다. 남편이 직장인에서 백수로 신분이 바뀌며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상환하라는 명령이 왔고 그 정도의 금액이 부족했다. 당장 생활비도 막막하고 어딘가에서 융통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둘 다 수입이 없어 심난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사정 이야기를 하고 목수님께 애초의 비용 중 공사 중 초과된 금액은 조금 말미를 달라 부탁을 드렸고 목수님은 그러라 하셔서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집을 짓다 보면 틀림없이 계획보다 비용이 초과된다. 통상 적게는 10프로 많게는 20프로가 초과되기도 한다. 우리 역시 처음에 염두에 두지 않았던 일들이 발생해 비용이 초과되었다.


오늘 목수님의 작업은 세면대 작업, 욕실 세면대와 욕조 사이 파티션 설치 그리고 내가 요청한 잡다한 일이었다.


부부 침실 벽에 예전에 은곡도마에서 목공 체험을 하며 만들어 둔 120센티 길이의 우드 슬랩을 고정했다. 이 곳에 책이나 휴대폰 등을 올려 둘 생각이다.


오후엔 동네 주민인 장준우 요리사 부부와 페이퍼 정유희 편집장과 정 편집장의 친구분이 다녀갔다. 모두 집이 좋다고 칭찬해 주셔서 기운이 났다. 특히 정유희 편집장은 집의 기운이 좋다며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지금까지 들었던 어떤 응원의 말보다 힘이 나는 덕담였다.


백수이며 코로나라는 국가 경제 위기 상황에 이런 무모한 일을 하고 있어 우리 부부는 완전 쫄보가 되어있었는데 이런 덕담을 들으니 용기가 생겼다.


이제 화단에 흙을 채우고 큰 나무를 심고 주방과 마루, 남편의 작업실 바닥에 에폭시 마감을 한 후 청소를 하면 이사다. 바닥이 마르는 5월 8일엔 이 집을 가질 수 있게 기초를 마련해 주신 돌아가신 시어머님 생각을 하며 잔금을 치르고 청소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5월 9일 비예보가 있는 날 드디어 입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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