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테일러샵 보타이, 센스 좋은 패션템은 폴한멘스숍
남편의 체형은 기성복을 입기에 약간 불리하다. 어깨가 좁고 약간 배가 나왔는데 선은 전체적으로 가늘다. 기성복을 자칫 잘못 입으면 남의 옷을 빌려 입은 것처럼 보인다. 양복은 특히 그렇다. 그래서 옷을 구매할 땐 조금 신경을 써야한다.
날 만나기 전엔 스몰 사이즈인 자신의 체격에 맞지 않게 라지를 입고 다녔다. 사람은 더 작아 보였다. 연애를 하며 남편 몸에 맞는 옷을 입게 했다. 결과적으로 청바지 외엔 남길만한 옷이 없었다.
2년 전에 비즈니스 조찬 모임에서 비스포크 전문점인 보타이 이형우 대표님을 만났고, 옷과 세상을 대하는 이분의 성실하고 겸손한 태도에 끌려 남편의 블레이저와 와이셔츠를 이분께 맞추기 시작했다.
직업과 스타일의 특성상 슈트를 입지 않는 남편에게 이 대표가 처음 권한 것은 어디에나 무난한 짙은 네이비 색상의 블레이저와 와이셔츠였다. 꼼꼼하게 몸을 재고 한 차례 가봉을 거쳐 나온 블레이져는 내가 입고 싶을 정도로 이뻤다. (아래 사진 중 보타이를 매치한 블레이져)
두 번째는 린넨 블레이져였는데 무척 멋스러웠다.
앞으로 있을 북토크 등을 위해 조금 편안한 스타일 겨울용 블레이져가 필요해 연락드렸더니 이 대표께서 생각해 둔 게 있다며 코듀로이(골덴) 블레이져를 제안하셨다. 마음에 들어 기존 사이즈대로 재단을 해 두시면 가봉을 하러 가겠다고 했고 연락이 와 다녀왔다.
이형우 대표께선 섬세하게 사이즈를 잡아주신 후 적절한 코디법과 바지 길이, 바지 수선법을 다시 일러주셨다.
가격 대가 높은 비스포크라 맘껏 지를 순 없지만 중요할 때 입을 슈트나 블레이져 한두 장은 폼나는 게 있으면 어깨가 펴지는 법이다. 특히 남편처럼 특이한 체형에겐 말이다.
문을 나서며 가로수길로 소품을 사러 갈 거라하고 갈 곳의 인스타그램을 보여드렸더니 바지를 골라 주셨다.
가로수길, 그러니까 신사파출소 골목에 폴한( Paul Han Men’s Shop)이 있다. 이 곳의 폴 한 대표는 남편의 대학 동아리 선배이기도 해서 알게 된 곳이다. 남자를 위한 다양한 패션 아이템이 많아 내가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벨트를 비롯해 양말, 보타이 행커치프까지 쉽게 구하기 어려운 소품이 많다. 무엇보다 갖추고 있는 옷들이 과하지 않고 단정하면서 멋스러워 좋다.
지난 봄엔 이 곳에서 감색 야상 쟈켓을 구매했는데 남편이 몹시 잘 입었다.
이번엔 풀오버와 바지, 양말을 구매했고 출간을 축하한다시며 주신 보타이와 행거치프를 선물 받았다.
폴 한 대표님은 대학 공예과에 출강하시며 가게를 운영하신다. 그의 패션 센스는 이탈리아 무드다. 그가 그 곳에서 유학을 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 ootd(outfit of the day)를 올리시는데 참고하기에 아주 좋다.
가게 안엔 대표님의 페인팅도 전시되어있다. 식물을 다루는 솜씨도 탁월하시다.
패션이나 스타일을 잘 모를 땐 전문가에게 기대는 게 좋다. 패션 전문가는 오랜 시간 현업에서 다양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옷을 제안해 주시는 분들이다. 취향껏 몇 곳을 정해 두면 필요할 때 고민하지 않고 그분들에게 도움을 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