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심장 검사, 누굴 위한 일일까?
전날 밤부터 금식을 당한 순자는 새벽에 사라진 밥그릇을 보며 당황하며 밥을 내놓으라 소리를 높여 울다 급기야 제 밥그릇이 놓여있던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앉았다.
9시 즈음 병원에 도착해 의사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순자를 두고 왔다. 심장의 문제를 찾기 위해 여러 검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오후 4시가 조금 지나 검사 끝나고 순자가 회복되었다고 데리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순자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정말 많은 검사를 받은 모양이다. 병원에서 검사 마치고 츄르를 줘도 안 먹고 캔을 따 줘도 안 먹었단다. 집에 와서 츄르와 사료를 주니 츄르도 먹고 사료도 먹고 물까지 맛나게 드셨다. 다행이다.
의사 선생님께서 뭐라 뭐라 30분 넘게 설명하셨다.
순자는 심장의 근육이 굵어져 심장을 흐르는 피의 길이 좁아지는 <비대성 심근염>이라셨다. 이 질병은 합병증이 무섭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다리에 마비가 오기도 하고, 적혈구 손상, 혈전 등이 대표적 합병증이다. 순자는 아직 합병증은 없으나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검사를 하고 약도 먹어야 한다고 한다.
혈전 검사는 자주, 초음파 등의 상세 심장 검사는 매년 하는 게 좋다고 하셨다.
치과 치료차 병원에 가지 않았다면, 지난번 병원처럼 청진도 못하는 의사를 만났다면 우리는 순자 심장의 문제를 알지 못한 채 어느 날 갑자기 황망한 사고를 당하게 될지도 모를 일였다.
아무튼 돈이 조금 많이 들고 약을 먹어야 하는 묘생을 살겠지만 다른 문제는 없이 우리와 잘 살 것이다.
물론 우리는 매년 적지 않은 금액의 순자 병원비를 카드 할부로 긁게 될 것이다. 그래도 이만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치과 치료는 다음 주에 할 수 있는데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알겠지만 어금니는 거의 발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어금니를 발치해도 사료를 먹는 데는 지장이 없단다.
집에 돌아온 순자는 오자마자 허겁지겁 밥과 츄르와 물을 먹고 우리에겐 눈길을 주지 않고 창밖만 바라보고 앉았다. 다음날 아침에도 새벽 인사를 오지 않아 내가 나가니 침을 살짝 흘리고 누워있었다. 괜찮은 건가?
아무 문제없이 살고 있었는데 굳이 힘든 검사를 해서 문제를 찾아내고 걱정을 안고 사는 게 옳은가? 그렇다면 그것은 인간을 위한 것인가, 고양이를 위한 것인가? 잠시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