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대하는 새로운 눈을 갖게 하다
확실한 올해의 연극
당분간 구자혜 연출 북마크다.
여러 면에서 내겐 신선하고 자극이 되는 연극이었다.
구자혜 연출은 제 57회 백상예술대상 연극상을 수상한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를 연출했다. 이 작품은 심지어 성북구의 지원으로 우리 동네에서 상연되었는데 나는 이 연극의 존재조차 몰랐던 것에 속이 상해 더 폭넓게 좋은 연극을 보기 위해 국립극단 유료회원에 가입하기에 이른다.
연극에 대한 정보 전혀 없이, 연출 구자혜가 어떤 구자혜인지 아니면 구지혜 인지도 모른 채 덮어놓고 예매했다.
다른 때와 달리 극장 스텝들이 입이 보이는 기괴한 비닐 마스크를 하고 있어, 그렇잖아도 힘들 텐데 웃음이라도 강요하는 것인가!라는 기분 좋지 않은 감정을 안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극이 시작되고 나서야 스텝의 마스크는 청각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한 배려라는 것을 눈치챘다.
나는 오늘 처음 #barrierfree 공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걷지 못해도 이 모든 것을 다하는 사람과 똑같이 문화를 누려야 한다는 그 당연함을 나는 몰랐다.
이 공연은 무척 낯선 형식을 하고 있다. 수어 통역사 둘이 배우들과 같이 공연 전체를 통역하고, 무대 중앙 큰 스크린에는 배우들의 대사가 배우들이 말하는 속도에 딱 맞춰 나온다. 배우들은 자신의 행동 지문을 대사 중간에 말로 표현한다. 인터미션을 포함하여 정장 3시간의 공연이 이런 낯선 형식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무엇보다 단어 하나, 조사 한 자까지도 허투루 뱉지 않는 배우들의 대사 처리 형식은 새롭다 못해 놀랍다. 배우들은 암기력에 박수가 절로 터져 나오지만 참았다. 특히 우주 비행 개, 라이카를 연기한 성수연 배우와 극 초반과 끝에서 연극을 서사의 중심을 이야기하는 전박찬 배우, 장애 예술인 백우람 배우의 연기는 놀라웠다. 다른 배우들 연기도 좋았다. 물론 몇 배우의 딕션과 연기력이 좀 떨어졌지만 괜찮았다. 좀 관대해 지기로 했다.
연극이란 내용도 중요하지만 표현하는 형식도 무척 중요한 예술이란 점을 깨달았다.
이 연극 <로드 킬 인 더 씨어터>는 내겐 확실한 올해의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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