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30_언제나 집밥의 시간은 성공적
남편은 쓰레기 분리수거와 식사 후 설거지는 도맡아 하고 다른 부탁도 늘 잘 들어준다.
주문한 굴이 도착할지 알고 굴깍두기 준비를 모두 마쳤는데도 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남편에게 굴을 사다 달라했다. 필요한 굴의 양은 300그램. 동네 마트에서 파는 굴은 240그램 단위로 포장되었길래, 마트에서 무게를 달아 파는 굴이 있으면 300그램을 없으면 두 봉지를 사 오라고 했다. 남편은 알았다고 답을 하고 나갔다.
잠시 후 남편이 돌아왔고 손에는 굴이 두 봉지 들려있었는데 문제는 120그램 두 봉지였다. 무게를 달아 파는 게 없었고 마트에서 이 정도면 될 것이라 했단다. 내가 300그램을 사던지, 240그램 두 봉지를 사다 달라고 하지 않았냐 하니 자기 생각엔 이거면 될 것이라 판단했단다. 결국 남편은 다시 마트에 가야 했다.
며칠 전에는 부침가루를 사다 달라고 했다. 유기농이 있으면 유기농으로 부탁했다. 남편이 들고 온 것은 부침가루는 부침가루였는데 메밀부침가루였다. 포장은 몹시 유기농스럽긴 했다. 나는 너무 황당해 밀가루 부침가루인데 어떻게 메밀가루를 사 왔냐 하니 자기는 다 같은 부침가루인 줄 알았고 포장의 메밀은 보지도 못했단다. 결국 그 부침가루는 쓸모를 잃은 채 그대로 있다.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라 남편에게 뭔가를 부탁할 땐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을 한다. 그런데 남편은 교묘하게 내 부탁을 피해 상상 밖의 물건을 들고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신기할 정도다. 그래서 웬만하면 장은 직접 보거나 남편과 같이 간다.
남편이 마트를 두 번이나 오가며 사 온 굴로 굴깍두기를 담갔다. 김장 때 담근 굴깍두기는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여러 사람과 나눴더니 금세 통이 비었다. 남편은 깍두기를 싫어하지만 예외적으로 집에서 담근 굴깍두기는 반찬으로 안주로 아주 좋아한다. 오늘 깍두기도 좋다고 했다. 올해 첫 햇김을 먹었다. 잘 구운 김을 고추간장을 만들어 같이 먹었다. 김은 어떤 간장과 먹느냐가 중요한데 우리 집은 고추와 멸치를 들기름에 볶다 간장과 물을 붓고 조린 고추간장과 먹는 것을 좋아한다.
결과적으로 남편은 조금 힘들었지만 우리의 식사는 성공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