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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음식이 먹고 싶은 이유 혹은 정서

2022,06.16

종종 매운 음식이 먹고 싶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매운 음식은 신사사거리에 있는 <홍미닭발>의 불량하게 매운 닭발과 찜이라고 하기에는 국물이 많은, 조미료가 과하게 사용된 계란찜 그리고 오돌뼈를 넣어 만든 주먹밥이다. 그리고 이 음식엔 언제나 소주가 따라온다. 고기를 먹을 때도 닭발을 잘 먹진 않았다. 그럼에도 종종 홍미닭발을 찾을 때는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 상황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종의 음식을 통한 자기 파괴라고 해야 할까? 늦은 밤 저 음식을 먹으면 틀림없이 배가 아팠다.


오늘 매운 음식이 먹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게으르고 비생산적인 나에 대한 자책 같다. 그냥 있자 하면 그냥 살아도 되겠지만 또 그러면 안 되는 게 인생 아닌가? 그런데 요즘 난, 아니 비교적 오랫동안 난 그냥 살고 있는 것 같다. 머리는 당연히 쓰지 않고 몸은 게으름에 맡긴 상황이다. 이런 나의 상태를 매운 음식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네 낙지집에 가서 매운 낙지볶음을 ‘맵게’ 주문했다. 배는 찼는데도 낙지도 밥도 끝까지 먹는 자신이 다소 한심했다. 아무래도 이번 생엔 어른이 되어 가긴 그른 것 같다.


내일 진행할 <소금책>을 위해 와인을 사고 음식을 주문했다. 와인을 사며 위스키도 샀다. 남편이 몹시 좋아했다. 술을 안 마시는 분들을 위해선 어떤 음료를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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