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나깨나 불조심

14화 - 정신챙겨!!!

by 사월




아이의 말을 듣고서야 순간의 퍼즐이 맞춰진 듯, 머리를 크게 얻어 맞은 기분이 번쩍 들었다.

그랬다. 내가 집을 나서기 전, 베란다 작업실에서 왁스를 녹이려고 핫플레이트에 스텐 비커를 올려뒀었다.

그것이 사단이 난 것이다. 그런데 둘째가 보이지 않았다. 친정 엄마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머리는 하얘졌고 큰아이에게 동생은 어딨냐며 물으니 할머니가 나 먼저 데려다주고 다시 갔다고 했다.

우리집은 13층이다. 엄마는 연로한 몸으로 두 아이를 한꺼번에 데리고 나올 수 없으셨다.



주민분께 아이를 부탁하고 엘레베이터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는데 누군가 소리쳤다.

"이 애는 누구 애요?"

돌아보니 이웃 아주머니품에 세살박이 둘째가 영문도 모른채 안겨 있었다.

"제 아이에요!"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둘째를 받아 안고 연신 감사하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주민분들은 너무 그러지 말라고 괜찮다며, 큰 일 안난게 다행이라고 다독거려 주셨다.

아이도 일단 우리가 맡고 있겠다며 얼른 집에 가보라고 하셨다.

그 때,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방대원분과 함께 친정엄마가 보였다.

엄마의 얼굴은 이미 하얗게 상기가 되었고 땀인지 비인지 모르게 축축해진 상태였다.



집에 가봐야 한다고 급하게 엘레베이터를 타려하니 소방대원분들이 함께 동행을 했다.

친정엄마는 혹여나 이번일로 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을 하셨지만 소방대원분께서 화재로

진압을 한 게 아니니 벌금을 문다던가 하는 일은 없을거라고 안심시켜 주셨다.

집은 왁스가 닳아 그을린 냄새가 심했고 어디라고 할 거 없이 아직 빠지지 않은 연기의 흔적들이 있었다.

다행히 핫플레이트가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되면서 화재는 피할 수 있었다고 하지만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전기 차단기를 내렸고 베란다문은 모두 다 개방을 해놓은 상황을 설명해주셨다.



하아.. 이게 정말 무슨일인지.. 이놈의 건망증을 탓하고 머리를 쥐어 박으며 정신 없는 나를 탓했다.

불이라도 났으면 어쩔뻔 했을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그 후로 베란다에서의 작업은 조심 또 조심히 진행하거나 가급적 아이들이 없는 낮 동안에만 캔들을 만들었고

아이를 키우면서 집에서의 작업은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 사실 엄마에게는 화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우리 형제들 어렸을 때, 정월 대보름이라고

저수지를 품은 마을에서 가장 큰 산이 있는데 그 곳에서 쥐불놀이를 하며 놀았었다.

바람이 참 많이도 불었을 때였는데 그 불씨가 마른 풀에 떨어져 발로 비볐지만 워낙 바람이 세

순식간에 번지게 된 것이다.

그때 나는 더 어렸었기에 크게 자각하진 못했지만 어렴풋이 큰 불이 났다는 기억은 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너도나도 할 거 없이 모두 올라와서 소나무 가지들을 꺾어 불을 끄려 애쓰셨다.

소방차,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도 꽤나 울렸고 동네에서 난 가장 큰 불이였다.

주 요인은 울언니였다고 한다. 언니의 깡통에서 떨어진 불씨가 이 사단이 났던거라 경찰서도 가고

부모님이 벌금도 내셨다고 했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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