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 출세
서석대 캔들 제작에 대한 문의로 몇 분간의 이어진 통화를 끊고 나는 잠시 멍해졌다.
그리고 내 볼을 꼬집었다. 아니 ○○재단이라니...
공방을 오픈하면서 이따금씩 학교나 인근의 아동기관, 센터등에서의 문의는 있었지만 지역 내 큰 공공기관에서의 문의는 처음이였기에 정말 얼떨떨했다. 긴장 된 마음을 추스리며 내심 다시 연락오기를 기다렸다.
문의가 왔다고 해서 다 성사가 되었던 건 아니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저 신기했었다.
내 캔들을 어떻게 봤을까 싶고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과 많은 수량은 아직 안해봤기에 걱정도 앞섰다.
며칠 후, 정말 그 곳에서 다시 연락이 왔고 나의 서석대캔들 21개, 첫 주문이 성사가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엄마와 남편도 함께 기뻐해주었다.
남편은 사이즈가 단일이였던 것을 보완해 좀 더 큰 사이즈로도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 부분에 나도 같은 생각이 들어 이번 주문으로 들어온 수익을 사이즈 업그레이드에 투자하기로 했다.
공식적인 첫 주문인데다 일본에서 열리는 행사 vip분들을 위한 답례품이라 이동 중 파손 우려가 컸기에
용기는 틴케이스로 변경하기로 조율을 마친 후 바로 제작에 들어갔다.
이 캔들은 사이즈는 작아도 공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인공물에 최대한 이질감이 들지 않게자연적인 요소를 표현 하는 과정이 특히나 그렇다.
아주 완벽하게 모델링이 구축된 게 아니다보니 만들면서도 '이대로 괜찮을까?' 라는 생각이 수없이 들었던 것 같다. 지금 보면 정말 부족함들만 눈에 띈다. 심지를 꽂았기에 캔들의 기능을 할 수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은 향기로운
오브제로 사용하는게 좋다. 테스트 중에 심지에 불을 붙여봤는데 서석대가 녹으면서 바닥이 온통 잿빛으로
바뀌는 당혹스러움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서석대 바위를 검정 색소를 넣어 제작했다보니 당연한 결과다.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보면 더 귀엽다. 책상이나 장식장에 올려두면 제품에 특별한 향기도 느낄 수 있다.
마치 서석대의 미니어처같은 앙증맞는 나만의 오브제가 되어 줄 것이다.
한국어와 일본어로 출력한 설명서까지 만들어 캔들과 함께 동봉을 하고 차근차근 21개 포장을 마쳤다.
포장에 쓰인 부재료로는 금박무늬가 들어간 한국 전통 느낌의 공단 리본을 준비했는데 센스있게 계절과 연관된
색상으로 골라 묶어 주었다. 내용물은 알 수 없으니 담당자님들이 어느 계절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프리저브드 꽃소재를 활용해 한 스푼의 감성과 내 마음을 담아 주었다.
납기 날짜에 맞춰 하나하나 박스에 옮겨 담고 직접 배송을 위해 재단을 방문했다. 공공기관에 납품을 위해서 필요한 서류는 미리 출력해서 준비해두고 대표 도장과 제품 완성 사진들도 미리 찍어두면 좋다.
사무실에 도착해 샘플로 하나 오픈해서 보여드리니 은은한 향도 향이지만 캔들 실물에 모두들 놀라워하셨다.
행사에 잘 쓰겠다고 해주시니 나 또한 너무 영광이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처음으로 납품서라는것도 써보고 이렇게 내 캔들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그것도 외국으로 간다는 게
너무 기특하고 나의 지역을 위해 이렇게라도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이 내 인생에 잊지 못할 큰 보람이 되었다.
이 주문에 힘입어 나는 좀 더 캔들에 열정이 샘솟았다. 근교 관광지에서 수공예 마켓 셀러 모집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여를 해보기로 했다. 초여름을 앞둔 때라 낮보다는 조금 선선한 저녁 시간에 작업을 하던 어느날이었다.
베란다에서 만들고 집안일을 병행하던게 일상처럼 되버려서 그런지 이 날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안일했던 날이었다. 스텐비커에 왁스를 올려 놓는 것을 깜박하고 저녁 준비로 집 앞 마트에서 장을 보러 간 것이다.
계산을 하는데 바깥에 소방차에 이어 경찰차가 요란하게 지나갔다. 아파트 단지에는 가끔 담뱃불로 인한 잘잘한 신고가 빈번하다보니 이번엔 또 무슨일일까 싶었다.
장 본 것들이 담긴 봉투를 들고 저벅저벅 걸어갔다. 아파트 입구로 막 들어서는데 저만치 보이는 볼록 거울로
매우 현란한 불빛들이 비치는 게 아닌가? 몇년을 살았지만 내가 사는 동으로 소방차가 온 적은 없었기에 더욱
걸음을 재촉했다. 여름을 시작하는 비가 어둠을 뚫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차장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나와 있었고 우리집 라인 입구에 유독 사람들이 더 많았다. 시선이 지나가는 찰나에 큰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는 겁을 먹은 표정으로 나를 부르며 울먹였고 그때까지도 나는 무슨일인지 몰라 아이에게 왜 여기있냐며
물었다. 아이는 울면서 말했다.
"엄마, 왜 베란다에 불 안끄고 갔어~ 으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