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 그리고 뜻밖의 열린 결말
작품이 완성된 순간보다 더 떨리는 시간은, 그것을 세상에 내보낼 때였다.
서석대 캔들을 구상하기 시작하면서 어울리는 용기를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은 물론, 여러 그릇 매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소재가 마음에 들면 규격이 아쉬웠고, 규격이 맞으면 소재나 단가가 맞지
않았다. 맘 같아선 용기도 직접 제작하고 싶은 정도였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집착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작은 차이에도 마음이 흔들렸고, 결정 하나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만큼 이 작업이 내게는 단순히 팔기 위한 제품이 아니라 곁에 두고 바라볼 수 있는 작은 무등산,
하나의 작품이자 굿즈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출품 날짜는 코 앞으로 다가왔고 결국 용기는 찾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가장 기본이 되는 7oz 투명한 유리 용기에 서석대를 담았다.
'대한민국 관광 기념품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하기 위해서는 접수처가 있는 서울로 가야 했다.
꼼꼼히 상자에 담아 종이백을 고이 들고 이른 아침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이 점점 낯설어질수록 마음은 더 떨려왔다. 시골쥐가 도시로 떠나는 기분이었다.
어찌어찌 접수처에 도착을 했고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현장은 분주했다.
이미 출품을 마친 작품들을 봤는데.. 나는 놀란 토끼눈이 되었다.
‘이게 다 직접 만든 거라고?’ 타 작품의 완성도와 디테일은 상상을 초월했다.
가만히 둘러보니 각 지역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이 즐비했다. 대부분은 지역 공예 협회나 지역 작가
모임, 제작업체 소속으로 출품된 수준급 작품들이었다.
내 캔들은 아직 꺼내지도 않았는데도 급 초라함이 몰려왔다. 박스 안의 캔들을 꺼내 전시대에 올려두려는
순간, 서석대 부분이 캔들 자체에서 분리되어 용기 안에 나뒹굴고 있는 게 보였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시 붙이려면 왁스를 녹이는 힛툴 같은 도구가 있어야 하는데 챙겨갈 리가 없다.
아마 기차 안에서 옆 사람이 급하게 내리려다 실수로 종이백을 발로 차 저만치 튕겨져 나가는 실수가 있었는데 그때 충격 때문에 탈락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캔들을 만드는 과정에서 왁스를 좀 더 부어 서석대를 잘 붙여 두었어야 했는데 꼼꼼히 살피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쉬웠다. 마음이 떨렸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원래 붙여진 그 자리에 얹혀 놓기라도 해야 했다. 혹시나 심사위원들이 만져라도 볼까 걱정도 들었다.
현장 주변, 사람들의 시선들이 느껴졌다. 고작 한손에 쥐어질만한 컵 캔들 4개.
'너무 작아서? 너무 보잘것없어서? 이런 것도 작품이라고 가져왔냐고? 나도 압니다 알아요.'
시선을 마주치진 않았지만 내 뒤통수로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가고 싶어서 캔들 4개 나란히 올려 두었다. 몹시 기운 빠진 채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나는 이미 떨어질 것을 예감했다. 당연했다. 워낙 대단한 작품들이 많았기에 내 캔들이라도 봐주면 다행이었다. 길었던 심사 기간이 끝난 후 02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울렸다. 공모전 결과는 나왔고
나의 예감대로 떨어졌다는 소식과 함께 제출된 작품은 자체 폐기 또는 원할 시 택배 배송으로 받을 수
있는 거라 했다. 나는 캔들을 돌려받기로 했고 잊을만할 때 나의 캔들이 돌아왔다.
물론 온전치 않은 모습으로...
고생한 내 캔들을 꺼내어 망가진 모습을 하나씩 고쳐주었다.
'낯선 곳에서 외로웠지? 너만 두고 와서 미안해..'
보란 듯이 고배를 마셨지만 크게 속상하진 않았다. 경쟁 작품들을 보니 수상에 대한 기대가 1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공모전 덕분에 우여곡절 내 캔들을 만들어 낸 건 예상하지 못했던
큰 성장이었고 뿌듯한 결과물이다. 머릿속에 스케치했던 그 순간부터 느꼈던 전율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인별그램에라도 올려보라는 남편의 권유에 무등산 서석대 사계 캔들 사진을 올렸다.
솔직히 나도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놀란 기색이었고 대단하다, 예쁘다, 특색있다, 대박나면 좋겠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거라는 댓글들에 괜스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여느때와 같은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지역번호로 시작되는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네, 여보세요~ ○○공방 사장님 맞으실까요?"
"네~ 맞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재단 ○○○이라고 합니다, 인별그램에 올려두신 사진 보고 전화드렸는데
무등산서석대캔들이요. 이거 직접 만드신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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