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버리려 했던 시간이 나를 살릴 때

by 사월




어렸을 때는 누구나 대단한 꿈을 꾸곤 한다.

폼 나는 직업, 특별한 재능,

누군가의 박수를 받을 만한 삶.

하지만 정작 그 꿈의 과실을 맺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나 역시 그랬다.



현실 앞에서 마음을 접고,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이곳저곳을 떠돌던 시간들.

‘이게 정말 나랑 맞을까?’

의문이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마냥 멈춰 서 있을 수는 없었다.



그저 다음 월급날을 이정표 삼아

하루하루를 버텨온 게 전부였다.

최근, 어느 여배우의 인터뷰를 보았다.

오랜 무명 시절, 생계를 위해

전전해야 했던 수많은 부업들.

그 고생이 훗날 연기의 깊은

디테일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중 마음을 깊게 일렁이게 한 한 문장이 있었다.

“내가 했던 일 중에 버릴 건 하나도 없더라고요.”

한참을 그 문장에 머물렀다.



나 또한 공장일부터 홀서빙, 건설현장경리,

카서비스센터, 병원 총무까지.

참으로 다양한 삶의 현장을 지나왔다.

그땐 한 달을 살아내는 게 급급해

내 삶은 참 보잘것없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야 알 것 같다.

그 시간들이 내 안에 켜켜이 쌓여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이 되고,

타로로 마주하며 마음을 헤아리는

따뜻한 시선이 되었다는 걸.

결국 지금의 나로 이어지기 위해

내가 해오던 일에 버려야 할 시간은

단 1 분도 없었다.



일렁이던 호수 위 달빛이 찌그러져 보였을지라도,

그 빛조차 나를 비추던 소중한 몸짓이었음을...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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